팀 버튼의 영화를 보는 것이 언제부턴가 상당히 피곤해지고 있다. 뱀파이어 이야기를 베트남전 당시의 플라워세대 문화와 결합한 <다크 섀도우>(2012)도 그러했는데, 힘 빠진 이야기를 팀 버튼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분장과 세트로 간신히 버티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빅 피쉬>(2003) 이후로 만족하며 봤던 팀 버튼의 영화는 클레이메이션 <유령 신부>(2005)를 제외하면 없었다. <빅 피쉬>는 전작 <혹성탈출>(2000)의 실패를 만회할 요량으로 미술에 힘을 빼고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와 이미지로 변화를 시도한 연출이 꽤 신선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 이후의 영화들, <찰리의 초콜릿 공장>(2006) <스위니 토드>(2008)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0) 등은 동어를 반복하는 가운데 과도한 미술로 단점을 가리는 티가 역력했다.
<배트맨>(1989) <가위손>(1990) <에드 우드>(1994) <슬리피 할로우>(1996) 등과 같은 팀 버튼의 초창기 10년 동안의 작품이 매력적이었던 건 많은 이들에게 생소한 B급의 정서를 독특한 영상미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특정한 B급 정서 -그러니까 팀 버튼이 열광적으로 좋아라하는 마리오 바바 풍의 영화- 라는 것도 유통 기한이 있어서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배경에서 영감을 얻은 ‘공포의 숲속’ 이미지가 매 영화 반복되다 보니 (<다크 섀도우>에도 중요한 배경으로 등장한다!) 점점 지겨워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팀 버튼은 계속해서 자기 복제 및 변주를 계속할 것인가.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를 일이지만 차기작은 그 자신이 1984년에 만든 기념비적인 단편 <프랑켄위니>의 애니메이션이라고 한다. 팀 버튼의 클레이메이션은 그가 창조적인 에너지가 바닥을 칠 때면 새롭게 수혈하던 창작의 에너지 같은 것이었다. 아무쪼록 차기작 <프랑켄위니>가 매너리즘에 빠진 팀 버튼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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