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네 B급 영화를 우습게 볼텨?

1.

열일곱 살 때 일본으로 건너가 Aikido 챔프가 된 후, 미국으로 돌아와 이를 전수하던 중에 제자의 도움으로 <Above the Law>라는 영화에 출연하여 배우의 길로 들어선 스티븐 시걸.

헐리웃은 Aikido로 다져진 그의 액숑에 높은 점수를 주었고 계속해서 기회를 준 결과, 데뷔 2년째인 1990년에 출연한 <죽음의 표적>으로 서서히 두각을 나타냈고 결국 1992년 <언더씨즈>로 세계적 스타의 반열에 올라선다.

데뷔 이후 줄곧 올빽으로 넘긴 말꼬랑지 머리를 간직하고 있는 그의 매력이라면 육중한 몸에서 뿜어대는 굵직하지만 느릿한 액숑을 들 수 있겠지만 뭣보다 찌푸린 인상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무표정이 거의 예술의 경지에 올라있다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그의 변화하지 않는 액숑과 연기 그리고 독특한 외모는 한국에서 많은 팬을 낳음과 동시에 ‘스티븐 씨발’이라 하여 놀림감이 되기도 했는데 미국에서도 역시 이런 점 때문에 래즈베리 시상식에 지금껏 총 8번 노미네이트 되었으며 1995년에는 자신이 직접 감독까지 한 <스티븐 시걸의 죽음의 땅>이 최악의 감독상을 수상하는 불명예를 안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를 버리지 않은 채 계속 전진하고 있는 중이며 그가 출연하는 영화는 평단의 혹평에도 불구, 관객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음으로써 상품가치가 있는 배우로 인정받고 있음이다.

2.

장 클로드 반담. 11세부터 무술을 익혀온 그도 역시 시걸처럼 액숑 전문배우이다. 얼라 시절 발레를 배운 까닭인지 유연한 몸동작에서 터져 나오는 360도 공중에서 뒤돌아 곧추 뻗는 날라차기가 일품인데다가 1979년 전(前) 유럽 프로 가라데 대회(European Professional Karate Association) 미들급 챔피언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 그.

자신을 가리켜 가라데 계의 프레드 아스테어라고 지칭하고 있는 그는, 가라데 월드 챔피언 쉽에 참가하기 위해 미국에서 생활하던 중 우연히 반담의 무술을 보고 이에 매료된 헐리웃 제작자에 의해 영화계에 입성하게 된다.

결국 입문 4년째 되던 1988년 <데스 게임>으로 존재를 알린 후, <지옥의 반담>, <더블 반담>, <유니버셜 솔져>를 거치며 액숑계의 스타급 대접을 받기에 이르는데,

하지만 그의 초기 배우생활은 늘어나는 인기에 비해 그 평가는 그닥 좋지 못한 편이었다. 영화에 대한 별다른 이해 없이 액숑으로만 몰아붙이는 <데스게임>에서의 그의 연기에 대해 래즈베리 어워드는 1989년 그 해 최악의 새로운 스타(Worst New Star) 노미네이트로 망신을 주었고, 그의 앞날은 단순한 액숑배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처럼 비춰졌다.

그러나 반담은 이에 굴하지 않고 액숑배우로써 단순 액숑에만 전념매진하지 않고 에쑤에푸나 판타지 쪽으로 범위를 넓혀 재능을 발휘함으로써 92년부터 94년까정 3년 연속 MTV Movie Award에서 가장 매력 있는 남자배우(Most Desirable Male) 후보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였다. 그 후 딴딴대로, 2001년에는 Video Premere Award의 최고 남자연기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는 영광을 안음으로써 비디오계의 최고 배우임을 인정받았다.

3.

극장의 스크린보다 비디오로 더 익숙한 배우덜. 오로지 액숑영화에만 출연함으로써 이름을 알려온 시걸과 반담. 이들은 공통적으로 섬세한 감정을 표현해내는 절제된 연기력은 한참 떨어지지만 액숑에 있어서 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린 이들의 배우활동이 싸구려(?) 액숑영화에만 집중되어 있고 연기력보다는 오히려 액숑에 더 치중한다하여 편의상 B급배우라 분류하고 있다.

그리고 시걸이나 반담말고도 우리에게 액숑만으로 익숙해진 배우는 꽤 많다. <레드 스콜피온>, <유니버셜 솔저>, <피스키퍼>의 돌프 룬드그렌이라든지 <섀도우 체이서>, <특명24시>의 프랭크 자가리노, <아메리칸 스트리트 화이터>의 게리 다니엘스와 <크라잉 프리맨>, <마크 다카스코스의 크로우>의 마크 다카스코스 등등.

이들 B급 배우들이 갖는 공통점은 또 있다. 모두 미국을 활동무대로 삼아 전 세계에 적지 않은 팬 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

그럼 연기력도 영 신통치 않고 재주라고는 액숑밖에 없는 이들이 어떻게 전 세계로까정 인기의 범위를 늘릴 수 있었을까? 관객들이 원하는 바를 이들이 그대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모타임 그럼, 관객들이 원하는 바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요즘 현대인들 살 낙이 별루 없다. 매일 아침 9시 출근해 정신 없이 일하고 나면 저녁 8시. 퇴근 후, 저녁 겸 술 한잔 빨고 집에 돌아오면 12시. 남편, 마눌과 힘겹게 빠굴 함 뜨고 잠들고 나면 또 다시 쳇바퀴 같은 하루의 시작. 절라 잼없고 따분한 반복생활을 벗어나 보려 로또도 몇 십 만원 어치 사보기도하고 주식에도 투자해보지만 오히려 더 가슴만 답답해지고 스트레스만 쌓임이다.

근데 이들 B급 배우덜이 출연하는 영화를 보면 이야기가 단순해 이해하기가 쉬우니 별 생각하지 않아서 좋고, 영화 내내 배우덜은 현란한 액숑에 전념하니 가슴이 뚜레뻥 시원해지며, 아낌없이 터져 나오는 폭발신에는 백년 묵은 변비 해소된 마냥 스트레스 싸악 내려갈 정도로 시원해짐이다.

게다가 처음부터 끝까정 별다른 표정변화 없이 액숑에만 살고 액숑에 매달리는 배우덜의 연기는 놀림감으로 삼기 딱 좋으니 만만하며, 또한 웬만큼 격식차려야하고 쩐도 꽤나 박살나는 극장과 달리 단돈 천 원에 디비져 고추 쪼물딱거리며 비됴 보는 즐거움은 그 어디에도 비할데가 엄따.

그러니 지쳐있는 현대인들에게 이들 B급배우덜이 출연하는 B급영화만큼 훌륭한 해방구가 어디 있으랴…

4.

사실 본 우원같은 경우 이들이 출연하는 영화 극장에서 보기는 쪼까 껄쩍 지근함이다. 최근에 개봉한 스티븐 시걸의 <하프 패스트 데드>, 솔직히 극장가서 보고 싶냐? 하지만 비됴로 나오면 그 어느 작품보다도 땡기는 매력이 있다. 만만하자너.

이런 카인드 오브의 영화를 만드는 제작사 측에서도 이를 잘 알고 있음이다. 그래서 원초적인 폭력에 강하게 끌리는 소비자의 본능을 간파, 이를 최대한 만족시켜 주기 위해 그것을 영화 속에 충실히 이행하고 있으며 그 결과 이들 영화들은 허접한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비됴시장에서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음이다.

하지만 비됴시장을 주 타켓으로 하고 있는 만큼 제작비를 천문학적으로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배우들의 출연료도 그렇게 크지 않다. 반담같은 경우 초기 영화 출연료가 7만 달러, 우리 돈으로 환산할 경우 8천 5백 만원 정도. 톰 크루즈에 비하면 새 발의 피일 정도로 매우 적은 편이다.

그러나 비됴시장에서 인지도를 쌓고 영화 쪽으로 주 나와바리를 확장한 지금은 출연료가 5~6백만 달러로 대폭 올랐는데 이게 다 비됴 시장에서 상품성을 인정받고 영화계로 올라가 그만큼의 가치를 확인시켜준 까닭이다.

이처럼 B급액숑 비됴영화들은 이를 찾는 소비자를 위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한편 메이저로 가기 위한 인재들의 가교 역할을 동시에 행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미국영화의 힘으로 볼 수 있는데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같은 경우도, 그렇고 그런 B급 영화들을 만들다 실력을 인정받아 <유니버셜 솔저>를 기점으로 <스타게이트>, <인디펜던스 데이>, <고질라>와 같은 메이저 제작사의 블록버스터를 연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미국의 메이저 영화계로서는 B급영화로 인해 인재를 수혈 받게 되고 그로 인해 대형 프로젝트라도 안전하게 맡길 수 있으니 꿩 먹고 알 먹는 아주 합리적인 시스템이라 하겠다.

5.

하찮아(?) 보이는 B급영화가 미국 시장 내에서 가지게 되는 의미란 틈새시장을 공략하여 또 다른 관객 층을 창출, 미국 영화의 다양성에 한 몫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이를 통해 재능 있는 인재들이 메이저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발판을 마련함으로써 종국에는 영화의 실패에 따른 손해를 미연에 최대한 방지한다는 점이다.

본 우원, 이렇게 미국의 B급영화를 어설프게나마 살짝 언급하다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만약 울 영화계에도 이런 시스템이 정착되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대박환상에 빠져 돈만 있으면 뭐든 만들 수 있다는 무대포 정신으로 무장, 기본이 전혀 안 되는 블록버스터를 양산하고 있으며,

시장이 조금 커졌다고 배포를 늘려 검증 안된 감독들을 투입하는 무리수를 두고 있고,

결국에는 조폭영화와 코미디 영화를 다시 우려 먹음으로써 다양성 확보에 실패

하고 있는 작금의 고질적인 문제점은 얼마간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쫌 뜬금없는 결말이지만두 한국영화계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바로 미국의 B급영화 시장이 보여주고 있는 구조적인 시스템 문제가 아닐까 한다.

(2003. 3. 7. <딴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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