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쿼터 축소, 이건 음모다!

1.

영화의 유입이 늦고 산업이라는 측면에서 일찍이 접근할 수 없었던 한국은, 영화사 초기부터 산업과 대중문화의 차원에서 영화를 급속도로 발전 시켜 온 헐리웃과는 애초부터 경쟁이 되지 않는 상대였다. 그것은 우리뿐만이 아니었다. 영화를 상영하는 국가 중 인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가 몽창 헐리웃의 지배권 하에 있는 것만 봐도 자명한 사실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자국의 영화문화를 육성하고 헐리웃과 맞붙어 최소한의 게임 수준이라도 유지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자국영화에 대한 홈 어드밴티지가 필요했고 그것이 바로 스크린쿼터였던 것이었던 거시기다.

우리는 1967년부터 이를 받아들여 자국영화 제작의 안정을 도모하였으나 파행을 거듭하다가 2001년 한국영화 점유율(서울 관객 기준) 46.1%, 2002년 45.2%, 2003년 6월 현재 46.2% 등 2000년대부터 그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이런 스크린쿼터가 지금 한국에서 뜨거븐 불감자가 됐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한국경제가 위축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투자협정(BIT)이 이뤄질 경우 40억 달러의 투자유치 효과를 볼 수 있어 당장의 국가경제에 이득이 되는데 스크린쿼터가 발목을 잡고 있으니 이것만 양보하면 조속한 합의에 이를 수 있다는 거다.

우리 영화 점유율이 50%에 육박하고 한국영화 상영일이 1년에 147일이나 될 정도면 자생력을 갖춘 것이나 다름없으니 한국영화 의무 상영일수를 146일에서 73일로 줄이자는 얘기다. 근데 왜 영화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현행 제도를 끝까정 고집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재정경제부 이하 이 의견에 동조하는 몇몇 언론덜의 주장이다.

영화인들을 향한 곱지 않은 팬들의 시선 또한 스크린쿼터 축소에 강한 설득력을 부여하고 있는 안타까운 결과 또한 나오고 있다. 평상시 사회문제는 돌(石)보듯 아랑좃하지 않고 있다가 스크린쿼터 문제만 불거지면 외제차 타고 쪼르르 몰려나와 투쟁하는 꼴이 영 밥 맛 없을 뿐 아니라 스크린쿼터로 생긴 사회적 이익이 오로지 특정인 몇 명에게만 돌아가는 꼬라지가 영화계의 밥그릇 지키기로만 비춰 진다는 거다.

이번 스크린 쿼터 폐지 반대할 때 또 얼굴을 내민 한석뀨. 자신의 개런티를 대폭 늘림으로써 울나라 영화 제작비 상승에 커다란 역할을 한 사람 아닌가. 하지만 스텝들의 처우는 최저 생계비 수준도 안 되는 게 울나라 영화판이다. 스크린 쿼터로 인해 생기는 사회적 이익이 이처럼 소수 사람들에 의해 독식되고 있는데 누가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겠는가?

이건 변명의 여지가 엄따. 영화인들이 백번천번 잘못한 거다. 팬덜이 있기에 자신들도 존재하는 것이거늘… 팬의 지지가 중요한 버팀목이 되어주어야 할 가장 중요한 시기에 지지는커녕 오히려 불신을 받고 있는 현실, 영화인 니덜이 초래한 결과다. 욕 바가지에 드럼통으로 쳐 먹어도 싸다, 씨파!

하지만 독자덜이여, 우리 오독하지는 말자. 작금의 스크린쿼터 문제는 한 나라의 정신이 걸린 일이지 영화인들의 빗나간 사회 연대의식을 탓하는 자리가 아니다. 근데 영화인에 대한 반감을 이유로 스크린쿼터 축소에 힘을 실어 준다면 이것은 소탐대실(小貪大失)이요, 쓰레기차 피하려다 똥차에 치이는 꼴이다.  

이런 영화인들의 문제, 스크린쿼터 논쟁이 해결된 후 추궁해도 늦지 않타. 본지 역시 그냥 좌시하지 않을 거시니 잠시 그 문제는 접어두도록 하자. 오케?  

2.

몇 년 전 국내에서는 영어공용화론으로 한바탕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다. 영어를 외국어로 따로 배울 것이 아니라 국어로 채택해서 불필요한 소모도 줄이고 궁극적으로 국제화 시대에 두발 앞서 나가자는 주장이었는데 언어의 기능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틀린 말은 아니다.

어릴 때 한글 따로, 영어 따로 배우지 말고 그냥 영어만 가르쳐서 영어만 사용하면 얼마나 편하겠냐. 하지만 우리말 한글은 기능적인 측면에서만 볼 수 없는 우리의 정신과 얼이 깃든 고유한 문화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문화고 문화는 그 나라의 정신이다. 특히나 미국이 세계영화시장의 85%를 독식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의 영화를 지켜야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 우리가 지켜야 하는 건 영화가 아니라 영화 속에 표현된 혹은 앞으로 표현될 우리들의 희노애락, 삶, 문화인 거다. 그런데 미국이란 나라의 영화산업은 세계에서 젤로 강해서 전 지구의 85%를 혼자 잠식해버린 거다.

물론, 다양성의 차원에서 미국의 영화도 존중하고 보호해줘야 한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오히려 전혀 그 반대다. 다양한 문화가 서로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영화 하나가 그 다양성이라는 것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는 상황인 거다.

최근 국제사회는 세계무역기구(WTO), 쌍무투자협정(BIT), 자유무역협정(FTA) 등 미국으로부터 문화정체성과 다양성이 공격받고 있는 작금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문화협약’ 체결이라는 제도를 제시함으로써 스크린쿼터제와 같은, 각 국의 현실에 맞는 다양한 문화정책을 국제법으로 지켜주려 하고 있다.

뿐인가, 최근 한국을 방문한 프랑스 영화인들은 “문화는 인권이며 인권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라는 졸라게 멋진 말을 남겼다.

그러타. 문화는 정신이기 때문에 교역의 대상도 아니고 더군다나 협상의 대상도 아닌 거다. 만약 그런 논리라면 프랑스가 가져가서 돌려주지 않고 있는 ‘직지심경’을 돈으로 대신 받아오면 된다. 나라가 돈 없어 쪼들린다면 우리나라 각종 문화재들 외국에 다 가져다 팔면 된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다. 한 나라의 문화는 그처럼 돈으로 쉽사리 환산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로 지금 재정경제부에서, 언론에서 스크린쿼터의 축소를 언급하며 협상을 유도하려는 건 옳지 않다. 결국 한국영화가 자생력을 갖추고 스크린쿼터를 폐지해도 되는 그 날이 온다면 수치로 환산되는 양적팽창이 아니라 헐리웃과 같은 선상에서 경쟁을 할 수 있는 질적 성장이 담보되는 때라 이 얘기다.

하지만 한국의 재정경제부와 몇몇 언론들은 지들이 먼저 나서서 미국에게 스크린쿼터를 양보하라고 난리다. 참으로 미치고 환장해서 펄쩍 뛸 노릇이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스크린쿼터를 폐지 할 경우 미국으로부터 40억 달러의 투자에 버금가는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있고 게다가, 씨바, 럴수럴수 이럴수가, 세상에 이런 놀라운 일이!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자본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그들이 이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한반도를 지킬 것이니 전쟁 억제 효과까정 있단다.

아~ 스크린쿼터는 진정 우리 자주 국방의 적이요, 한반도 위기의 주범이었던 거시란 말인가…

그치만 근거는? 엄따. 그냥 그렇단다. 몇몇 신문들도 재정경제부의 주장만 곧이곧대로 듣고 아무런 지표 제시 없이 40억 달러 투자 운운하며 여론몰이를 하니 우리 같은 범인들은 그냥 그런갑다 이렇게 이해해야 한다. 웬지 음모의 기운이 모락모락 피어난다.  

원래 음모론은 그 내용이 일반인들이 상식적으로 생각하기에 황당하며 그 증거 또한 부실하기 짝이 없는 법이다. 재정경제부의 스크린쿼터 축소론이 딱 그 짝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까정 스크린쿼터를 물고늘어질 리가 엄따.

스크린쿼터를 음해하기 위한 음모… 그 음모의 실체를 함 까밝혀보자.  

3.

스크린쿼터 축소가 재정경제부의 음모라는 사실은 한미투자협정의 내용이 얼마나 불공평한 지만 살펴보면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한미투자협정, 다시 말해 쌍무투자협정인 BIT(Bilateral Investment Treaty)는 외국인의 투자를 보호하고 규제하기 위해 체결된 투자국과 유입국 간의 16개의 조항을 담은 협정을 말한다. 중요한 건 이 협정이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투자에 관한한 ‘동등한 권리의 부여’를 원칙으로 한다는 거다.

동등한 권리의 부여, 근데 과연 한미투자협정이 양국 간의 동등한 권리를 보호하고 있을까?

한국영화 상영일수를 최소 103일에서 최대 146일로 정하고 있는 스크린쿼터가 문제가 되는 것은 한미간의 무역표준협정, 정확히 말하자면 미국이 일방적으로 정한 투자협정문의 제6조 ‘이행의무부가금지’에 대한 것인데 외국의 투자자본이 들어와 있는 분야에서 국산품의 구매행위와 내국인의 고용을 강제로 유도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다.

따라서 한미투자협정이 체결되어 미국인들의 투자가 이뤄진다면 스크린쿼터는 국산품의 구매행위를 강제하고 있기 때문에 협정위반인 셈이다. 물론 영화뿐만이 아니더라도 미국인들의 투자행위가 있는 분야에서 ‘국산품을 애용합시다’와 같은 문구사용은 협정 위반이 될 뿐 아니라 국가유공자 우대와 같은 특별채용도 내국인의 고용을 강제하는 것이 된다. 때문에 이로 인한 생긴 투자자 즉, 미국의 손실은 고스란히 우리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사실 BIT는 말이 동등한 협정이지 외국자본이 부족한 후진국들이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협정임으로 선진국은 자본투자를 빌미로 해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항을 마구마구 삽입한다.

윗썰에 예를 든 ‘이행의무부가금지’는 그 중 하나일 뿐이지 인권, 노동권 등 한 국가의 가장 기본이 되는 권리를 파괴하는 독소조항들이 열나 가뜩 포함되어 있다.

환경권도 마찬가지다. 이건 생존권과도 관련된 것인데 한국에는 자국의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많은 규제장치덜이 있다. 한옥과 같은 전통가옥을 지키기 위해 일정거리 안에는 2층 높이 이상의 건물을 지을 수 없다는 규제 같은 것덜 말이다.

그런데 이 가옥을 보호하기 위한 예산이 부족하여 미국의 투자를 받았을 경우 이덜이 10층 이상의 건물을 그 앞에 지어도 우리는 뭐라 제지할 수가 없다. 이러한 환경관련 규제조치가 투자자의 재산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제지하게 되더라도 투자자는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상당한 양의 금전배상을 받을 수 있다. 건물도 짓지 않은 상황에서 말이다.

이런 불평등 조약을 금하기 위해 GATT나 OECD는 일시적으로 특정 조약상의 의무를 면제 해주는 세이프가드조항을 삽입하고 있는데 한미투자협정에는 이런 조항이 눈씻구 요기조기 구석구석 찾아봐도 엄따. 불평등인 거다.

한미투자협정은 10년 간 효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유효기간이 끝났더라도 그 기간 안에 투자가 이뤄진 사항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10년의 유효기간이 주어진다고 한다. 그니까 세이프가드조항도 엄꼬 이런 상황에서 한미투자협정이 체결되면 앞으로 20년 동안은 스크린쿼터라는 제도는 자취를 감추는 것이다. 자칫 한국영화의 씨앗이 말라버릴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한미투자협정의 실체, 이렇타…

4.

보셨다시피 한미투자협정 이건 동등하기는커녕 도리어 미국에만 유리한 조항인 셈이다. 아니나 달라 이와 같은 조항이 담겨진 협정으로 미국과 체결을 맺었던 아르헨티나는 채무불이행에 빠지고 경제도 파탄 난 것이 지금 완전히 조뙜다.

그 결과 웬만한 국가들은 BIT의 불평등한 조항을 시정하기 위해 지리한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OECD에 가입한 국가 중 쌍무투자협정을 체결한 나라는 단 한군데도 엄따.

그런데 지금 한국정부는 어떤가? 이와 같은 불공정한 협정을 시정하려는 노력은 개코도 보이지 않고 한시라도 빨리 한미투자협정을 체결하려 난리법썩오도방정부루스를 추고 있다. 더더군다나 이렇게 한미투자협정과 관련하여 먼저 해결해야 할 불평등한 문제가 산적한 이 마당에 작다면 작은 부분인 스크린쿼터만을 물고늘어지면서 이 때문에 협상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건 무슨 이유인가?

스크린쿼터가 만만한 홍어조시라서 그런가? 그렇지 않고서야 근거도 없는 40억 달러 얘기에 전쟁방지책 등 몸통은 숨긴 채 깃털만 가지고 이야기 할 리는 없다. 무언가 음모가 있는 거다.

하지만 그 음모의 실체는 무얼까? 각계에서는 여러 가지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만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최근 유럽은 투자무역협정에서 문화를 예외조항으로 인정하자고 결의했단다. 근데 우리가 한미투자협정을 받아들여 스크린쿼터를 축소 또는 폐지하게 될 경우, 미국의 무역 협상 관계자덜은 아주 좋은 시범케이스를 갖게 되는 꼴이다.

‘한국도 하는 마당에 유럽 니덜은 왜 안 하고 뻐팅기는데… 도장 찍어!’ 이런 그림이 나오게 되는 거다. 미국이 만만하게 보이는 동방의 자그마한 나라 한국의 스크린쿼터 축소/폐지에 집착하는 이유다.

다시 말해 지금 우리 정부가 재정경제부를 앞장 세워 스크린쿼터의 축소를 주장하는 건 미국의 똘만이 역할을 알아서 자처하고 있다는 거다.  

아니라고? 아니라면 재정경제부는 40억 달러가 어떤 근거에서 나왔으며 왜 다른 건 다 냅두고 스크린쿼터 축소만을 물고늘어지는지 그 실상을 국민에게 떳떳하게 밝혀야 할거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고 지금처럼 빙빙 둘러치기만 한다면…

스크린쿼터 축소, 이건 음모다!!

<딴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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