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허동구>(Bunt)


장애를 가진 이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장애를 극복할 대상으로 삼고 이를 넘어서는 것? 자신의 운명을 저주한 채 비관하며 살아가는 것? 박규태 감독의 데뷔작 <날아라 허동구>는 장애를 가지고도 자신의 삶을 긍정하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물주전자에 집착하는 열한 살 동구(최우혁)는 아이큐가 60이다. 학급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점심시간 친구들의 컵에 물을 따라주는 것밖에는 없다. 하지만 동구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일이 있다는 사실 때문에 세상에서 학교가 제일 좋다. 치킨집을 운영하는 아버지 진규(정진영)의 유일한 삶의 목표는 동구가 무사히 학교를 졸업하는 것. 하지만 교장 선생님은 동구를 특수학교로 전학 보내려한다. 선수가 부족한 야구부에 입단하면 학교를 계속 다닐 수 있다는 얘기에 동구는 룰도 모르는 야구를 시작한다.

<날아라 허동구>는 대만의 베스트셀러 소설 <나는 백치다>를 원작으로 삼았다. <나는 백치다>는 발달장애 소년과 억척스러운 엄마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아버지가 전면에 나서고 있는 요사이 한국영화의 경향을 반영하듯 부자간 이야기를 담은 가족영화로 재탄생했다. 하지만 자식의 장애를 치유하기 위해 눈물겨운 희생을 감수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로 눈물샘을 자극하지 않는다. 대신 동구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 주변사람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그로 인해 주위와 조화를 이루는 삶이 얼마나 감동적일 수 있는지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영화는 동구가 가진 장애를 전혀 극복할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삶을 약간 불편하게 만들지는 몰라도 남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데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동구 삶의 전환점이 되는 야구에 대입하자면, 호쾌한 홈런을 날릴 수는 없지만 누상의 주자를 한 베이스씩 진루시킬 수 있는 번트만으로도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아닌 게 아니라 <날아라 허동구>의 처음 제목은 <번트>였다. 야구에서 ‘번트’의 가치가 영화가 보여주고 싶은 삶의 방식이다. 이런 생각이라면 환경이나 조건이 문제될 건 없다. 동구나 그의 아버지처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체념 대신 희망, 푸념 대신 익살로 풍파를 이겨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규 부자가 자신들에게 닥친 고통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사회의 역할이 전무하다 싶을 만큼 누락된 것은 의도가 어떻든 간에 여운을 남긴다. 마치 동구의 장애도, 진규의 가난도 이 사회에서는 원죄처럼 보일 뿐. 진규 부자처럼 삶을 살아갈 용기가 없거나 주변의 도움이 요원하다면 구원은 힘들다는 식이다. 인간승리에 가까운 이야기를 흐뭇하게 지켜보면서도 씁쓸한 생각이 드는 건 이 때문이다.






FILM2.0 332호
(2007.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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