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리뷰] 날아라 항공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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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촬영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실제 비행기에 카메라를 장착하고 촬영하는 ‘실제 기체비행’과 무인조정이 가능하도록 GPS를 탑재한 ‘초경량 무인비행장치’가 그것이다. 지금 한창 쟁점이 되는 드론은 초경량 무인비행장치에 속한다. 드론은 몇 개의 프로펠러가 추진력을 갖고 공중으로 이동하는 무인비행장치인데 충무로 현장에서는 ‘멀티콥터’로 불린다.

멀티콥터를 이용한 촬영은 2012년 예능프로그램 <1박 2일>(KBS2)을 시작으로 점점 대중화되었다. 당시 멀티콥터 촬영을 맡았던 이는 ‘시네드론’(www.cinedron.co.kr)의 이현수 대표였다. 그는 2011년 독일에 멀티콥터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여기에 카메라를 달아 촬영에 투입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래서 멀티콥터를 수입, 짐벌에 소니 캠코더를 달아 <1박 2일>에 사용하게 됐다.

멀티콥터가 대중화되기 전까지 항공촬영이라고 하면 경비행기에 씨네플렉스 카메라를 달아서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이현수 대표 역시 ‘헬리캠’으로 불리는, 모형 헬리콥터에 카메라를 달아 항공촬영을 했었다. 헬리캠과 다르게 멀티콥터는 모터로 움직이는 날개가 크지 않아 근접한 촬영이 가능하다. 또한, 알루미늄 재질로 이뤄져 있어 자칫 항공 촬영 도중 추락하는 일이 있어도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이현수 대표는 10여 년 전 광화문에서 헬리캠 촬영을 하다가 장비가 떨어지는 사고를 당한 적이 있다. 그 이후로 지금은 멀티콥터 12대를 갖춘 시네드론을 운영하고 있다.

처음 멀티콥터로 항공촬영한 작품은 <점쟁이들>(2012)이었다. 점쟁이들이 팀을 이뤄 저주받은 마을로 버스를 타고 들어갈 때 귀신에 들려 꼬불꼬불한 산길에서 폭주하는 장면과 공학박사 출신의 점쟁이 석현(이제훈)이 난파된 배 안에 갇혀 있던 신문기자 찬영(강예원)을 구하는 장면에서였다. 미크로콥터(Microcopter)로 불리는 독일제 멀티콥터에 5D Mark 2를 올려 촬영했다. 그 이후로 <스파이>(2012) <은밀하게 위대하게> <하이힐> <용의자>(이상 2013) 등에 참여했고 최근 개봉작으로는 시네드론의 이민영 기사와 함께 한 <개를 훔치는 방법>(2014) <강남 1970> <허삼관>(이상 2015)이 있다.

<강남 1970>은 종대(이민호)가 헬기를 타고 강남의 땅을 보러 다닐 때 소스촬영을 위해, <허삼관>은 영화의 시작과 함께 한국전쟁 이후 형성된 저잣거리의 풍경을 보여줄 때, <개를 훔치는 방법>은 공원을 배경으로 노숙자 대포(최민수)가 오토바이 뒤에 아이들을 태우고 개를 가져간 수영(이천희)을 뒤쫓을 때 멀티콥터가 동원됐다. 모두 GH4 카메라를 장착한 것이 특징. 사실 지금은 멀티콥터에 장착하는 카메라로 에픽을 선호하는 추세다. 다른 카메라에 비해 무게가 가벼워 흔들림 없이 안정적인 화면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에픽 외에 미러리스 카메라 역시 작고 가볍다는 이유로, 파나소닉의 GH4는 저비용으로 효율적인 촬영이 가능해 많이 찾는다는 것이 이현수 대표의 설명이다.

멀티콥터는 가벼워서 이동이 쉽고 좁은 지역에서의 촬영도 비교적 수월하다는 이점이 있다. 반대로 무게가 많이 나가면 속도를 낼 수 없다는 단점으로 작용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프로펠러 개수를 늘렸는데 그래서 4개의 프로펠러를 단 멀티콥터는 코드콥터, 6개는 헥사콥터, 8개를 옥토콥터라고 부른다. 코드콥터는 GoPro 카메라를, 헥사콥터와 옥토콥터로는 5D Mark2 이상의 무게를 지닌 카메라를 들 수 있다. 그렇더라도 멀티콥터는 최대 속도가 40km/h 내외라 좀 더 와이드하고 역동적인 장면이 필요할 때는 실제 기체비행인 헬리캠을 사용한다.

(주)헬리캠’(http://helicam.co.kr)의 김대군 대표는 <미스터고> <감시자들>(이상 2013) <스파이> <퀵>(2011) 등 20여 편 가까운 영화에 항공촬영으로 참여했다. “헬리캠의 최대 속도는 무려 100km/h에 달한다.”는 그의 말에 따르면, “움직이는 물체를 따라잡을 때 유리하고 역동적이면서 와이드한 그림을 얻는 데 유리하다.” 액션물이나 전쟁물처럼 스케일이 큰 영화에서 진가를 발휘한다는 것. 그래서 폭탄을 배달하게 된 퀵서비스맨의 사연을 다룬 <퀵>에서는 전철의 속도에 맞춰 오토바이가 따라가는 장면이나 전철이 폭발하는 장면에서, 고릴라가 야구를 한다는 내용의 <미스터고>에서는 미스터 고가 잠실야구장 꼭대기에서 뛰는 장면 등을 헬리캠으로 촬영했다.

헬리캠 촬영은 헬기 조종하는 1인과 카메라 조종하는 1인, 그리고 이들을 각각 서포터 하는 2인 등 4인 1조 한팀으로 움직이는 것이 기본이다. 그리고 카메라는 레드 에픽에 울트라 프라임 렌즈를 씌워 로닌 짐벌로 헬기에 달아 사용한다. 레드에픽을 쓰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화질이 6K까지 나오기 때문에 선명한 화면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헬리캠은 전경 촬영에 유리해 멀티콥터와 다르게 소스용으로도 많이 활용된다. 도심에 침투한 스파이를 검거하기 위해 전투기까지 동원되는 <스파이>에서 전투기 창문으로 비추는 배경은 (주)헬리캠이 맡아 작업했다. 블루스크린 앞에 실제 헬기를 크레인으로 달고 와이어로 배우를 매달아 촬영한 화면에 헬리캠 영상을 합성한 것. 이때 헬리캠 촬영으로 동원된 헬기는 일본 야마하에서 제작된 ‘R-MAX’였다.

R-MAX는 촬영용으로 국내에는 단 한대 밖에 사용 허가가 나지 않은 무인 헬기다. <미스터고> <스파이> 등에서 사용된 R-MAX는 최근에 천성일 감독의 <서부전선>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서부전선>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남과 북의 병사가 서부전선에서 만나 벌이는 치열한 전투를 다뤘다. 전쟁물의 특성상 폭격 장면이 꽤 되는데 김대군 대표는 레드에픽을 장착한 R-MAX의 속도감을 최대한 활용해 날아가는 전투기에서 보는 시각으로 이를 담아냈다.

이렇든 많은 영화의 다양한 장면에서 활용되는 항공촬영을 향한 영화계의 구애는 날로 늘어나고 있다. 그에 맞춰 법적 제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현수 대표는 “항공촬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안전이다. 현장에서 다양한 동선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상에 너무 근접해서 찍어달라고 하면 부담스럽다. 독일에서는 촬영 대상이 10m 이내로 들어오면 안된다고 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모든 현장에서 안전은 최우선이지만, 항공촬영처럼  기기가 이용되는 경우, 그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와 같은 안전장치가 전제될 때 항공촬영은 기술면에서나 인프라 면에서 더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영화기술
(2015.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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