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줘>는 제작 단계부터 데이빗 핀처와 원작소설가 길리언 플린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화제가 됐다. 예고편에 대한 반응부터가 가히 폭발적이었다. 국내에서는 지난 8월 공개되자마자 대표적인 포털사이트의 영화 섹션 예고편 조회 수 1위를 차지할 정도였다.
특히 <나를 찾아줘>의 티저 예고편에는 배경음악으로 ‘She’가 흐른다. 우리에게는 꽤 익숙한 음악이다. 이미 <노팅힐>(1999)에서 엘비스 코스텔로가 부른 노래가 주제곡으로 쓰이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나를 찾아줘>에서는 리처드 버틀러가 부른 버전으로 리메이크되었다. 엘비스 코스텔로 버전의 부드러운 분위기와 다르게 상대적으로 거칠고 우울하며 여운을 남기는 음색이 인상 깊게 다가온다.
충격적인 건 리처드 버틀러의 노래가 끝나갈 때쯤 흘러나오는 극 중 닉 던(밴 에플렉)의 음성이다. “난 아내를 죽이지 않았어요. 살인범이 아닙니다.” 티저 예고편의 시작에 맞춰 ‘She’의 간주곡이 흐르면서, “제 아내 에이미 엘리엇 던이 사흘 전에 사라졌어요.” 닉 던이 마을 사람들을 상대로 호소하던 분위기와는 전혀 상반되게 예고편이 끝나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나를 찾아줘>는 행복해 보이던 닉과 에이미(로자먼드 파이크) 커플의 겉과 속이 전혀 다른 부부 관계를 폭로하는 영화인데 바로 여기에 ‘She’를 티저 예고편의 배경음악으로 선택한 의도가 엿보인다.
<노팅힐>은 여행서적 전문점을 운영하는 평범한 남자 윌리엄(휴 그랜트)이 유명 인기 여배우 안나(줄리안 로버츠)를 만나 결혼에 골인하는 로맨틱 코미디다. <나를 찾아줘>의 닉과 에이미 부부도 윌리엄과 안나의 결혼 과정 못지않은 배경을 갖고 있다. 에이미는 배우는 아니지만, 공동작가인 엄마와 아빠가 딸을 모델로 미국인들이 유년 시절 즐겨 읽었던 어린이 동화 시리즈 ‘어메이징 에이미’를 발표하면서 유명해졌다. 그에 비해 예사로운 기자 생활을 보냈던 닉의 상황을 고려하면 <노팅힐>의 유명인 아내와 평범한 남편의 결합과 다르지 않은 셈이다.
다만 <노팅힐>이 결혼 직전의 연애 상황에 집중한다면 <나를 찾아줘>는 결혼 이후의 상황에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이 두 작품을 서로 연결하면 천국을 걷는 것만 같았던 연애 시절과 지옥과 같은 결혼 생활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일종의 동전의 앞뒷면 같은 구조가 형성된다. <나를 찾아줘>의 티저 예고편에서 흘러나오는 ‘She’의 멜로디는 자연스럽게 <노팅힐>의 기억을 불러온다. <노팅힐>에서 ‘로맨틱’하게 결합했던 윌리엄과 안나 커플은 이후 어떤 결혼 생활을 펼치게 될까?
<나를 찾아줘>의 티저 예고편 제작진이 ‘She’를 배경음악으로 선택한 건 그런 의도였을 테다. 같은 노래를 택하되 부르는 가수를 바꾸고 분위기를 리메이크함으로써 <노팅힐>에서 보여줬던 달콤했던 연애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결혼 생활에 대한 일반의 환상을 완전히 깨버린다. <노팅힐>에서의 달콤했던 연애가 결혼과 함께 서늘한 ‘스릴러’로 변모하는 부부 생활의 실체. 동일한 음악을 사용하되 노래를 부르는 가수만 바꿨을 뿐인데 로맨틱 코미디와 스릴러 사이의 차이만큼이나 분위기가 확 바뀌어버렸다. <나를 찾아줘>는 영화만큼이나 예고편 또한 예술이다.
맥스무비
‘미장센 추리 극장’
(2014.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