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닮은 얼굴>(Resil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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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군(一群)을 형성했다 보기엔 아직 모자라지만 입양아 출신 감독의 영화를 보는 일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지난해 개봉했던 김소영 감독의 <나무없는 산>, 우니 르콩트 감독의 <여행자>에 이어 올해는 태미 추 감독의 <나를 닮은 얼굴>이 찾아왔다. 앞선 두 작품이 극영화였다면 <나를 닮은 얼굴>은 다큐멘터리라는 점에서 일단 눈길을 끈다.

입양아 출신답게 태미 추 감독은 미국으로 아들을 입양 보낸 엄마 명자와 미국명(名) 브렌트인 아들 성욱의 30년 만의 특별한 만남을 카메라에 담는다. 번듯한 가정을 꾸린 성욱은 딸이 심장질환을 앓자 유전병을 의심하고 평생 본 적 없는 부모의 의료 기록을 의뢰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성욱의 사연이 한국의 방송국에 알려지게 되고 마침내 모자는 상봉의 기회를 얻는다. 닮은 얼굴 탓에 단박에 서로를 알아본 그들은 언어는 다르지만 기쁜 감정으로 소통을 대신한다.

2009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일 당시 <나를 닮은 얼굴>의 제목은 <회복의 길>이었다. 개인적으로 <회복의 길>이 영화를 더 잘 설명한다고 보는데 명자와 성욱 간 30년 동안의 잊었던 감정의 복권에 초점을 맞추는 까닭이다. 그것을 ‘거리감의 회복’이라고 표현해야 할 것 같다. 첫 장면부터 미국의 사우스다코타에 거주하는 성욱과 청주에 사는 명자의 화면을 교차, 물리적인 거리감을 구현하며 이 영화가 결국엔 감정적인 거리를 좁혀나가는 이야기가 될 것임을 암시한다. 그러니까 미국과 한국, 30년 만의 시간이라는 시공을 초월한 재회를 통해 좁혀지는 감정의 거리만큼이 회복한 사랑이 되는 셈이다.

사실 <나를 닮은 얼굴>은 주인공 모자의 상봉 후가 더 중요한 영화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엄마와 아들의 입장을 고르게 배려하며 합일을 꾀하지만 둘 사이에는 어쩔 수 없는 감정의 ‘공백‘이 존재한다. 명자는 아들을 돌려보낼 수밖에 없고 성욱은 생모를 떠나올 수밖에 없는 입양의 아픈 현실이 존재하는 것이다. 입양의 역사가 낳은 현실의 간극을 메울 수 없는 것일까.

바로 이 지점에서 <나를 닮은 얼굴>의 진가가 발휘된다. 짧은 만남 끝에 성욱과 헤어진 명자는 그 길로 국제입양에 반대하는 캠페인에 합류하고 싱글 맘을 지원하는 활동에 나선다. 그것은 명자와 성욱, 그들의 아픔을 넘어 이 나라가 안고 있는 입양의 그늘을 최소화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나를 닮은 얼굴>은 개인에 한정된 이야기라기보다는 입양아 전체의, 아니 입양아의 역사를 가진 우리 모두에게 전해주는 메시지라 할만하다. 

1950년대 이후 해외 입양된 한국의 아이들은 무려 200,000명. 그로 인해 야기된 이별과 뿌리에 대한 상실감은 그들의 삶을 영원히 바꿔버렸고 한국 사람의 삶까지 피폐하게 만들었다. 태미 추 감독은 “자식을 입양시키고 죄인처럼 사는 엄마들의 마음의 짐을 덜어주고 싶었다. 입양아들에게도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줄 수 있는 이야기를 건네고 싶었다.”고 말한다. <나를 닮은 얼굴>에는 입양이 야기한 부모에 대한 원망이나 자식에 대한 외면 같은 망설임이 없다. 대신 서로에게 어떻게든 다가가려는 그리움과 원초적인 사랑의 감정만이 있을 뿐이다. 여기에서부터 비로소 ‘회복의 길’이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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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호 (201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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