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떻게 <새>를 혐오하게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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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를 싫어한다. 비둘기가 떼로 모인 광경만 봐도 아주 질색을 한다. 이런 ‘개새’를 봤나, 나도 모르게 입에서 욕지거리가 새어나올 정도다. 새한테 심하게 쪼인 적이 있냐고? 그건 아니고. 초등학생 시절로 기억하는데 히치콕의 <새>(1963)를 보고는 얼마나 두려움에 떨었든지 지금까지도 새에 대한 트라우마가 남아있는 것이다. 

<새>는 신문사 사주의 아리따운 딸 멜라니(티피 헤드런)가 젊은 변호사 미치(로드 테일러)에 혹해 그의 고향에 놀러갔다가 새떼의 공격을 받고 만신창이가 된다는 내용이다. 지금이야 이 영화의 내용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만 처음 볼 당시만 해도 이야기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새가 사람을 공격한다는 그 자체만 충격적으로 다가왔을 뿐이다.

새장 속에서 조신하게 살아가는 녀석들인 줄 알았건만, 받들어 총 자세로 부리를 세워 사람을 공격하고 디저트로 눈알까지 쪼아 먹다니. 그것도 모자라 까마귀가 한 마리, 두 마리, 급기야 좌초된 유조선에서 새어나온 기름띠처럼 시커멓게 하늘을 뒤덮는 지경에 이르면, 속수무책일 인간들의 최후가 두려워 어느 새 나는 눈을 꼭 감고야 만다. 그런데 이 망할 놈의 히치콕 영감은 배경음악을 완전히 배제하고 까악~ 까악~ 새소리로 눈이 아닌 귀를 쪼아대니, 나는 공산당이, 아니 히치콕의 <새>가 싫어요~

익숙했던 것이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보일 때 찾아오는 공포. 그렇게 히치콕은 영화 속 새들이 사람을 공격하는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음으로써 공포를 극대화한다. 더 이상 새가 새로 보이지 않을 때 할 수 있는 건 새를 피하는 것뿐. <새>를 보고나서부터 나는 새가 싫어졌고 내가 마치 새장에 갇힌 것처럼 새만 보면 행동반경이 좁아졌다.

그러고 보면, <새>는 극성스런 사랑으로 서로를 ‘소유’하려들다가 상처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멜라니의 미치를 향한 공격적인 사랑이 미치의 어머니와 미치의 옛 연인의 신경을 긁는 것처럼 새를 소유하는 행위는 새의 관점에서 보면 그들에 대한 폭력인 것이다. 그러니까 영화 <새>는 새를 새장 속에 가둬두지 말고 자유를 주라는 히치콕의 메시지인가.

근데 이 놈의 비둘기들은 왜 이 지경인가. 길거리에 널브러진 음식 부스러기들을 얼마나 먹어댔으면 뒤뚱뒤뚱 날지도 못하느냔 말이다. 히치콕이 살아있었다면 새 같지도 않은 그런 비둘기들을 응징하는 <새2>를 만들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부제를 단다면 ‘인간의 역습’ 정도. 아무튼 히치콕의 <새>는 내게 가장 무서운 영화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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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week
NO. 533

2 thoughts on “나는 어떻게 <새>를 혐오하게 됐나”

  1. 영향력 있는 영화 꼽으면 상위권에 오르지 않을까요. 전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새공포증을 심어준 영화로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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