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간다>(A Hard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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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칸영화제에 초청된 작품은 모두 세 편. 감독주간에 초청된 <끝까지 간다>,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의 <표적>, 주목할 만한 시선의 <도희야>다. 전 세계 영화 팬의 시선이 집중되는 경쟁 부문에 초청된 한국 영화가 없어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일이다. 경쟁부문은 잘 만든 영화의 발굴 차원보다 칸영화제의 위상에 걸맞은 거장들의 작품 위주로 꾸며지는 경우가 더 많다.

감독의 이름값은 떨어질지 모르지만 이번 칸영화제에서의 한국영화 세 편은 나름의 성과를 올렸다. 프랑스 영화 <포인트 블랭크>(2010)를 리메이크한 <표적>은 원작 연출자인 프레드 카바예 감독의 극찬을 받았다.“원작과 비슷한 것 같지만 캐릭터 각각의 묘사가 상당히 다르다. 원작보다 더 멋지게 각색한 것 같아 만족스럽다.” 이창동 감독이 제작자로 참여한 <도희야>는 연내 프랑스 개봉을 확정하며 해외 언론들로부터 ‘배두나가 영화에 영혼을 불어넣었다.’(스크린 데일리), ‘폭력성이 섬세한 연출과 훌륭한 연기로 잘 표현되었다.’(리베라시옹) 등의 호평을 받았다.

그중 칸영화제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한국 영화를 꼽으라면 단연 김성훈 감독의 <끝까지 간다>이었다. <끝까지 간다>는 자신이 저지른 치명적인 실수를 은폐하면 할수록 더욱 궁지에 몰리는 형사의 이야기를 그렸다. 어머니의 장례식, 급한 연락을 받고 경찰서로 향하던 형사 고건수(이선균)는 아내의 이혼 통보와 내사 소식 때문에 머리가 터질 지경이다. 그렇게 정신 줄을 놓고 운전을 하던 중, 인적이 드문 도로에서 사람을 치는 사고를 일으킨다.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차에서 내린 건수는 마침 그곳을 지나던 경찰차를 확인하고는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몸을 숨긴다. 피해자는 이미 숨을 거둔 상태. 시체를 차 트렁크에 넣고 장례식장으로 돌아온 건수는 묘안(?)을 생각해낸다. 엄마의 관 속에 시체를 넣어 묻어버리는 것. 그렇게 잘 마무리하는가 싶었지만 정체불명의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나는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며 의문의 남자가 협박을 해오니, 건수는 사면초가의 위기에 몰리는 것이다.

<끝까지 간다>를 향한 칸영화제 외신들의 평가는 하나 같이 잘 짜인 시나리오와 긴장감 넘치는 전개에 주목한다. ‘팽팽하면서도 정교한 이야기를 균형과 절제 있게 다루며 기술적인 면에서도 흠잡을 데가 없다’(버라이어티) ‘정밀하게 짜인 전개와 재치 있는 각본으로 영화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한다’(스크린 데일리) 아닌 게 아니라, <끝까지 간다>를 연출한 김성훈 감독은 건수가 첫 번째 사고를 내는 순간부터 틈을 주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사건을 만들어내며 관객들이 눈을 뗄 수 없도록 몰입도를 높인다.

예컨대, 실수로 죽였던 이가 실은 강력 범죄에 연루된 수명 지배자였다는 식의 설정은 장난 같은 운명론에 웃음을 짓게 만들다가도 그것이 인과론처럼 건수의 삶을 옥죄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점에서 결말을 궁금하게 만든다. 그래서 할리우드 리포터는 이와 같은 설정에 에 대해, ‘에너지 넘치며 혼을 빼놓는 롤러코스터 같은 영화’라고 평하기도 했다. ‘한국 장르영화로써는 단연 최고의 작품’이라는 트위치 필름의 평가는 호평을 넘어 극찬에 가깝다. 여기서 방점은 ‘한국 장르영화’다.

김성훈 감독이 칸에 머무는 동안 외신기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박찬욱, 봉준호 감독과의 관계였다고 한다. <끝까지 간다>와 박찬욱 감독의 연관성은 극 중 시체의 품 속에 있던 핸드폰에서 흘러나오는 벨소리가 <올드보이>(2003)의 주제곡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봉준호 감독이 언급된 건 의외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한국사회의 특수한 병폐를 밑바탕에 깔고 있지만 <끝까지 간다>에는 이 장르의 단골 격인 부패 경찰과 더 나쁜 부패 경찰이 등장할 뿐이다.

김성훈 감독은 외신의 질문에 두 명의 감독과는 전혀 친분이 없다며 눙치는 답변으로 일관했다지만 그만큼 <끝까지 간다>가 잘 만들어진 장르영화라는 의미다. 실제로 칸영화제 마켓에서 <끝까지 간다>는 꽤 많은 리메이크 제안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까지 할리우드에 리메이크 판권이 팔린 한국 영화를 보면 공포물 <장화, 홍련>(2003), 괴수물 <괴물>(2006), 스릴러 <추격자>(2008), 느와르 <신세계>(2013) 등 대개가 장르영화였다. 흔히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임권택, 이창동, 김기덕, 홍상수 등이 알려졌지만 대중적으로는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등의 장르영화가 더 폭 넓은 인지도를 획득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칸영화제에서 흥미로운 영화는 경쟁부문 외의 부문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더 많다. 앞서 언급한 영화의 연출자 중 김지운, 봉준호, 나홍진 감독은 칸영화제의 감독주간과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되어 이곳에서의 호평을 바탕으로 국내 흥행은 물론 리메이크 판권 성사까지 이뤄냈다. <끝까지 간다>도 마찬가지다. 여느 여름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유명 감독과 빅스타가 출연하는 것도 아니고 스케일이 크지도 않지만 장인의 솜씨에 가까운 만듦새로 의외의 재미를 선사한다. 한국 장르영화가 어느 정도의 수준에 올랐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끝까지 간다>가 답이 되어줄 것이다.    

시사저널
NO. 1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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