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리뷰] <돌연변이>(Collective Invention)

dolyenbyen

<돌연변이>는 권오광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주인공 청년 박구(이광수)가 제약사 생체 실험에 참여했다가 ‘생선 인간’이 되면서 벌어지는 한국사회의 부조리한 풍경을 다룬다.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관건은 생선 인간의 묘사였다. 관객들이 이 ‘돌연변이’를 사실적인 존재로 받아들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생선 인간의 특수분장을 맡은 이는 <화장>(2015) <명량>(2014) 중국영화 <서유기: 모험의 시작>(2013) 등에 참여했던 ‘메이지’의 신재호 대표다. 신재호 대표는 생선 인간의 특수분장을 작업하기 전 박구라는 캐릭터에 어울리는 물고기부터 생각했다.

이를 위해 권오광 감독이 참고하라며 준 작품이 있다. 프랑스 작가 안느 카트린 베케 에쉬바르가 고등어와 명태와 같은 생선을 인간처럼 인인화해 찍은 사진이었다. 신재호 대표는 이를 토대 삼아 생선 인간 작업을 발전시켜 나갔다. 그 결과, 구의 성격과는 다른 결과물이 나왔다. 평범한 구와 다르게 고등어와 명태를 모티브로 한 생선 인간은 사납고 표독스러웠다. 구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생선을 찾던 중 신재호 대표는 잉어를 떠올렸다. 동양화에도 자주 등장하는 잉어는 선이 고와 둥글둥글한 느낌을 주고 입을 벌렸을 때 다른 물고기보다 움직임이 재미있어 생선 인간 박구의 모델로 적역이었다.

박구 역에 이광수 캐스팅이 확정된 후 신재호 대표는 생선 인간 탈을 제작하기 위해 우선 배우 스캔을 받았다. 잉어의 모습을 기본으로 한 2D 모델링 작업에 입술은 두껍게 코는 이광수의 것을 살려 디자인을 완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3D 프린터를 이용해 몰드 작업 후 틀을 잡아 그 안에 실리콘을 넣고 탈의 형태를 잡았다.

탈은 헬멧 형식으로 제작했다. 배우 이광수가 8kg이 넘는 탈을 쓰고 오랜 시간 연기하기 힘들 것을 대비해 썼다 벗었다 할 수 있도록 아가미 쪽으로 탈부착할 수 있도록 하였다. 다만 배우가 탈을 썼을 경우, 앞을 보지 못할 것을 대비해 화면이 삽입된 선글라스를 준비, 착용 시 카메라와 연결해 시야를 확보했다. 이때 카메라와 연결한 케이블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끔 탈의 뒷부분으로 빼서 카메라 프레임이 잡히지 않도록 신경 썼다. 풀 숏에서는 케이블이 노출될 것을 염려, 배우의 동의를 구해 선글라스 없이 촬영을 진행했다.

탈은 총 두 벌을 준비했다. 한 벌은 입의 움직임이 가능토록 애니매트릭스로 설계해 메커니즘 설계 부품을 붙이고 모터를 장착하여 이모션 컨트롤러로 직접 조종할 수 있도록 하는 용도였다. 또 한 벌은 생선 인간이라는 특성상 물에 닿는 경우가 많아 혹시 기계 장치가 들어간 탈을 못 쓰게 될 것을 우려해 여벌로 준비했다. 눈동자와 아가미는 세밀함 움직임이 필수였기 때문에 후반 작업에서 CG 처리를 했다.

생선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부분은 머리 외에도 손과 배와 등이었다. 생선 인간의 탈은 상반신용으로 제작된 까닭에 배와 등 부분은 개별적으로 준비할 필요는 없었다. 다만, 극 중 욕조에 앉아 있는 장면에서는 생선 인간의 상반신이 드러나야 했던 탓에 ‘드래곤 스킨’이라 불리는 실리콘으로 비늘을 한 조각씩 붙이는 노력을 마다치 않았다.

손은 얼굴처럼 탈과 같은 특수 장치를 개발하지는 않고 특수분장 쪽을 택했다. 원래는 물갈퀴 부분만 따로 3D로 스캔을 떠서 배우의 손가락 사이에 붙였는데 느낌이 별로 살지 않았다. 아예 손 등 위에 물갈퀴 모양이 나도록 직조로 실리콘을 덮어 특수분장을 마무리하였다.

촬영은 김태수 촬영감독이 맡았다. 김태수 촬영감독은 <돌연변이>가 장편 촬영 데뷔작이었다. 그전에는 <검은 사제들>의 원안 격인 <열두 번째 보조사제>(2014), 베를린 국제영화제 단편 경쟁부문 은곰상을 수상한 <부서진 밤>(2010) 등의 단편에서 촬영을 맡았고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아저씨>(2010) 등 장편영화의 촬영 팀으로 참여해 경험을 쌓았다.

김태수 촬영감독은 ‘돌연변이’라는 설정에 착안, 영화 역시도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성격의 실험적인 촬영 기법을 활용하고자 했다. 하지만 애초 의도는 촬영 전 불가피하게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저예산 영화이다 보니 다양한 촬영 기법을 도입하기에는 회차가 적었고 너무 실험적으로 접근해서는 관객에게 저예산 예술영화라는 인상을 줄 수 있었다. 게다가 이광수, 박보영, 이천희 등 유명 배우가 참여한 까닭에 상업영화에 걸맞게 안정적인 화면이 필요했다. 대신 이들이 연기한 캐릭터들이 극 중에서 사회에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삶을 살고 있기에 김태수 촬영감독은 1.85:1 화면비보다는 2.35:1의 화면비가 덜 안정적인 느낌이 들어 후자를 선택했다.

메인 카메라로는 레드 에픽(RED EPIC)을 선택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돌연변이>는 CJ엔터테인먼트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산학협력으로 만든 첫 번째 프로젝트였다. 영상원의 기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카메라가 레드 에픽이었다. 경량화되어 있는 레드 에픽은 <돌연변이>에 어울리는 카메라였다. 영화 초반, 생선 인간의 실체를 보여준다며 주진(박보영)은 인턴기자 상원(이천희)과 함께 제약회사에 몰래 침투한다. 몰래카메라 형식으로 촬영된 이 장면에서 레드 에픽은 가벼워 박보영이 직접 들고 찍을 수 있기 수월했으며 박구의 실체를 잡을 때 줌인이 들어가는 상황에서 좋은 화질을 얻을 수 있었다.

레드 스칼렛(RED SCARLET)은 B 카메라로 사용했다. 생선인간의 정체가 공식적으로 확인되는 기자회견이나 박구를 생선 인간으로 만든 거대 제약회사의 음모에 대중들이 항의하는 촛불시위와 같은 몹씬, 박구가 시끄러운 세상과 연을 끊고 바다로 들어갈 때 석양을 배경으로 짧은 시간에 촬영해야 하는 장면에서 활용했다.

석양 배경은 촬영 전부터 김태수 촬영감독과 권오광 감독이 합의한 사안이었다. <돌연변이>는 생선 인간의 등장에 더 돌연변이로 변해가는 한국사회를 풍자하는 우화이지만, 기본적으로 박구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견지했다. 안면도에서 촬영한 석양 씬에는 박구의 애처로움이 드러남과 동시에 바닷속에서는 사람들의 시선에 아랑곳없이 자유를 만끽했으면 하는 제작진의 바람이 녹아들어 있다.

그와 비슷한 장면이 박구가 주변의 따가운 눈총을 피해 상원이 사는 주택으로 피신, 욕조에서 안정을 취할 때다. 세트 촬영으로 진행된 이 장면은 화장실 벽 한쪽에 창을 마련, 거리의 노란 가로등 불빛이 유입된다는 설정으로 따뜻한 느낌을 배가했다.

이처럼 인공적인 느낌을 최대한 배제한 것은 <돌연변이>의 조명 콘셉트이었다. 이 영화의 조명은 김태수 촬영감독과 단편 시절부터 호흡을 맞췄던 전영석 조명감독이 맡았다. 그는 극 중 공간에 있을 법한 느낌으로, 광량은 최대한 가져가는 쪽으로 조명을 설치했다. 생선 인간이 된 박구가 극 중에서 처음 소개되는 장면에서의 조명이 대표적인 예다. 주진이 생선 인간의 존재를 상원에게 폭로할 때 번개가 치고 이로 인해 처음 정체를 드러내는 생선인간은 보는 이에게 강렬한 인상을 선사한다.

인간으로 돌아가기 위해 박구가 제약회사 실험실에 들어가는 장면에서의 조명도 흥미롭다. 실험실 내부는 생선 박제가 놓여있는 기구 중간에 형광등을 설치, 음흉한 느낌이 들게끔 하였다. 그리고 창문에 흑지를 붙이고 그 위에 구멍을 내서 빛들이 새어 나와 공간에 긴장감이 돌도록 하였다. 이는 박구를 찾으러 온 상원이 손전등을 비추자 생선 인간의 존재감이 극대화되는 데도 일조했다. 현실감이 살아 있으면서도 우화적이고 절망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일말의 희망을 발견하기를 기대하는 <돌연변이>의 주제의식에 딱 맞는 조명의 활용이었다.

 

웹진 영화기술
vol.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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