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병대>(The Horse Soldi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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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병대>(1959)는 존 포드 감독이 유일하게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다. 당연히 인디언을 몰살하는 일방적인 백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대신 미국이라는 하나의 깃발 아래 남북으로 갈린 미국인들끼리의 살육의 순간을 전후한 사연만이 존재한다. 필모그래프의 후기로 갈수록 수정주의 서부극을 선보였던 존 포드의 작품 성향을 감안하면 변화의 시점에 놓인 영화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래서 <기병대>는 ‘말을 탄 병사 The Horse Soldiers’라는 영문 제목처럼 서부극의 컨벤션을 취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전쟁물에 가깝다.


주요 배경으로 설정된 빅스버그는 남북전쟁 당시 가장 긴박했던 전투 장소로 손꼽힌다. 그 중 마지막 기습을 다루는 <기병대>는 실제 인물 벤저민 그리어슨 대령을 모델로 한 존 말로위 대령(존 웨인)을 중심에 놓고 적진 후방으로 접근해 남쪽으로 향하는 북부군의 행보를 따라간다. 그 과정에서 말로위 대령은 전투에 부정적인 캔들 소령(윌리엄 홀든)과 충돌하고 남부군을 지지하는 여인 한나(콘스탄스 타워스)와 이념의 갈등을 겪는다. 그리고 문제의 전투가 터지면서 캔들, 한나와 대립각을 세우던 말로위 대령의 혼란은 극에 달한다.

남북의 대결인 것처럼 존 포드는 <기병대>를 온갖 것의 충돌로 가져간다. 미국의 실제 역사가 충돌로 이뤄진 것처럼 전투 개시를 두고 의견을 달리하는 말로위와 캔들의 충돌, 말로위와 한나 사이에 벌어지는 남성성과 여성성의 맞섬, 그리고 이 영화의 백미로 꼽히는 북부의 군인과 남부 소년병의 격돌까지, (쿠엔틴 타란티노는 군인이 소년병의 볼기짝을 때리는 장면을 <킬빌>에서 인용했다!) 심지어 존 포드는 서부극의 도상(Icon)이라고 할 만한 존 웨인과 장르를 가리지 않는 윌리엄 홀든의 동방 캐스팅을 통해 이 영화가 가진 의도를 노골화한다.

이는 백인의 역사를 옹호하기 위해 가져갔던 존 포드의 초기 서부극과는 현저하게 변모한 것이었다. 나와 너의 이분법을 벗어나 우리라고 여겼던 백인들끼리의 대립을 다루는 <기병대>는 존 포드의 초기 영화에 거부감을 느꼈던 이들이라면 그의 작품 세계를 다시 돌아보게 만들기 충분하다. 물론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1962)에서처럼 백인의 야만적인 침탈을 반성하고 더 나아가 백인 서부극의 신화를 해체하는 형태로까지 나아가지는 않지만 역사 제대로 바라보기라는 측면에서 혼돈의 전쟁물로 변모한 수정주의로 볼만 한 것이다.

영화 외적으로 볼 때도 <기병대>는 감독의 비전과 대중의 취향 사이에서 충돌한 경우다. 영화의 제작사는 존 포드의 예술적 비전을 존중하며 존 웨인과 윌리엄 홀든에게 각각의 출연료 외에도 입장 수익의 20%를 별도 지불하는 계약을 체결했지만 (제작사는 윌리엄 홀든 대신 클라크 게이블을 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흥행에 참패하며 재앙을 맞았다. 보수적이기로 악명 높은 미국 관객에게 미국 역사의 그림자를 정면에서 응시하는 <기병대>는 불편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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