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즐기는 여름 휴가의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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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타티의 <윌로씨의 휴가>는 휴가지에서 생기는 소동을 다룬 작품이다. 복잡한 도시생활을 떠나 휴식을 취하려는 휴가지에서 도리어 고생만 겪는 부조리한 상황을 코믹하게 묘사한 것이다. 현대인들에게 휴가는 대개가 이런 식이다.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는 TV광고 문구를 빌리지 않더라도 스트레스 받아가며 멀리 떠날 것 없이 집이나 가까운 곳에서 보내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럴 때 극장은 가장 속 시원한 휴가처가 될 만하다.

올해 역시 뜨거운 여름을 맞아 다양한 영화제가 손님맞이를 준비 중이다. 시네마디지털서울,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부터 시네바캉스 서울, 시네마테크 KOFA 기획전까지,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음악, 공포, 고전 3가지 키워드로 선별해 볼만한 영화들을 추천한다.


음악  콘서트에서만 음악 들으라는 법 있나. 극장에서도 음악은 넘쳐흐른다. 마틴 스콜세지는 극영화를 연출하는 중간 중간 음악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그중 <라스트 왈츠>는 밥 딜런과 함께 미국 록음악의 혁명을 이끌었던 그룹 ‘더 밴드’의 마지막 콘서트를 다뤘다. 이들의 공연 실황 사이로 조니 미첼, 에릭 클립튼 등 더 밴드를 회고하는 짧은 인터뷰가 재미를 더한다. 앨런 파커의 <핑크 플로이드의 더 월>(이상 ‘낙원음악영화축제’)은 음악영화의 전설로 회자되는 작품이다.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에 맞춰 뮤직비디오와 같은 영상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벽에 가로 막힌 채 기계화되고 획일화된 현대인을 비판한다. 이처럼 음악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신념의 표현이 되기도 한다. <파두의 전설 아말리아>는 빈민가에서 태어난 아말리아 로드리게즈가 포르투갈 최고의 파두 가수가 되기까지 벌인 파란만장한 삶의 굴곡을 조명한다. 또한 <에브리 리틀 스텝-코러스 라인>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코러스 라인’이 전 세계적으로 거둔 성공의 이유를 탐구하며 <클라우스 부어만과 비틀스>(이상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비틀즈의 <Revolver> 앨범 표지를 디자인하고 존 레논의 플라스틱 오노 밴드에서 베이시스트로 활동한 부어만이 비틀즈를 회고한다.


공포  여름 더위를 싹 잊게 해주는 데는 공포영화만큼 오싹한 것이 없다. <할로윈>과 <13일의 금요일> 시리즈의 주인공 ‘마이클’과 ‘제이슨’은 공포영화의 대표적인 살인마 캐릭터다. 이들이 다시 돌아온다. <할로윈Ⅱ>는 헤비메탈 밴드 ‘화이트 좀비’의 리더인 롭 좀비가 두 번째로 만드는 <할로윈> 시리즈다. 전편 <할로윈:살인마의 탄생>이 혹평을 받은 것과 달리 <할로윈Ⅱ>는 난도질 영화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다. <마이 네임 워즈 제이슨>(이상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은 <13일의 금요일>의 30주년 기념 다큐멘터리다. 시리즈에 관련됐던 감독과 배우 등이 그동안 열 편 넘게 제작됐던 영화에 관해 회고한다. 한국영화에도 공포의 연대기가 존재한다. 시네마테크 KOFA가 마련한 기획전 ‘여귀재래(여귀재래)-월하에서 여고까지’는 이용민 감독의 <살인마>에서부터 정가형제 감독의 <기담>까지, 1965년 이후의 한국 공포영화의 대표작들을 모두 모았다. <월하에서 공동묘지> <여곡성> <여고괴담>과 같은 익숙한 영화들은 물론이요, <목없는 미녀> <며느리의 딸> <투명인간> 등 상영용 필름이 없어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작품도 공개된다.


고전  영화를 즐기는 관객은 젊은 층만이 아니다. 나이 먹은 이들에겐 과거를 추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영화가 될 수 있다. 돈 시겔과 자크 드미는 지금의 관객들에게 낯선 이름이지만 부모 세대에게는 당신들의 쿠엔틴 타란티노요, 바즈 루어만이라 할만하다. 돈 시겔은 선 굵은 남성영화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마초 형사로 출연한 <더티 해리>를 비롯하여 인상적인 악역 배우로 유명한 리처드 위드마크와 리 마빈이 출연한 <형사 마디간><킬러들>은 현대에 잊힌 남성다움의 전시장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에 반해 자크 드미는 여성적인 뮤지컬 영화로 많은 사랑을 받은 감독이다. <쉘부르의 우산><로슈포르의 숙녀들>(이상 ‘2009 시네바캉스 서울’)에서 보여준 젊은 날의 카트린느 드뇌브의 모습은 여전히 최고의 모습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역시 섹시함의 아이콘이라면 마릴린 먼로를 따라올 수가 없다. 통풍구 바람에 치마가 날리는 장면으로 유명한 <7년만의 외출>, 그녀 특유의 백치미가 빛을 발했던 <뜨거운 것이 좋아><신사는 금발을 좋아해>(이상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등에서 먼로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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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e claire
(2009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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