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셜록>은 숱한 명장면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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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면①  셜록과 존의 역사적인 첫 대면(시즌1 1부 ‘분홍색 연구’)  
아프가니스탄에서 군의관으로 근무하던 존은 총격을 당하고 제대한다. 심각한 스트레스를 겪던 존은 길을 가던 중 우연히 옛 동료를 만난다. 집을 찾는다는 존의 말에 함께 하숙할 만한 사람이 있다고 소개를 하니, 셜록이다. 실험실에서 역사적인 만남을 갖는 존과 셜록. 존이 핸드폰을 찾는 셜록에게 처음 꺼낸 말은 “내 핸드폰 쓰세요.”다. 핸드폰을 건네받은 셜록은 존에게 처음으로 하는 말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다. 셜록은 건네받은 핸드폰을 보고도 존이 군의관 출신이고 그 문제로 스트레스를 겪고 있으며 무엇보다 런던에서 살 집을 찾고 있는 사실을 모두 추리해낸다. 입을 벌린 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존. 그리고 존과 셜록은 베이커가의 221b에서 역사적인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명장면②  “내 추리가 맞았지?”(시즌1 1부 ‘분홍색 연구’)  
셜록은 죽은 여인의 분홍색 여행가방을 단서로 연쇄살인범을 찾는다. 하지만 검거하기 위해서는 두 개의 병에 든 알약 중 하나를 골라 먹어야 하는 게임에 직면한다. 진짜를 고르면 죽고 가짜를 고르면 살아나는 말 그대로의 치킨 게임. 셜록과 살인범이 각자 하나씩을 골라 입에 가져가는 순간, 이를 몰래 지켜보던 존이 총격을 가한다. 쓰러진 살인범에게 셜록 왈, “내가 정답을 맞췄지?” 죽어가는 이에게 괜찮냐는 대신 누가 이겼냐고 물어보는 셜록. 그런 셜록을 두고 누군가는 사이코패스라고 했던가. 거기에 대해 셜록은 사이코패스가 아니라 소시오패스라고 정정한다. 그런데 셜록은 존을 보호하기 위해 레스트레이드 경감에게 총격 사실을 은폐하는 걸 보니 소시오패스도 아닌 것 같다. 그냥 취향이 좀 독특한 천재탐정 정도?

명장면③  “게이군” (시즌1 3부 ‘잔혹한 게임’)
몰리가 정체를 밝히지 않은 짐을 자신의 남자 친구라며 데려오자 셜록은 “게이군”이라며 딱 잘라 말한다. 나중에 밝혀지지만 짐은 셜록에게 접근하기 위해 게이로 변장을 했던 것인데 이걸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미심쩍은 면이 많다. 시즌2 3부의 ‘라이헨바흐’에서 셜록과 짐이 대면하는 장면이 다시 한 번 등장한다. 그때 짐은 셜록에게 “내가 너에게 빚을 졌다 I Owe You”고 말한 후 사과를 건넨다. 그 사과에는 소리 나는 대로 ‘I O U’라고 새겨져 있다. 이건 일종의 사랑고백이다. 예컨대, 모리아티는 ‘범죄의 왕’이라는 자신의 명성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셜록에게 범죄로 구애(?)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결국 “게이군” 이 장면은 셜록과 왓슨의 브로맨스 외에 짐이 끼어든 삼각관계를 암시한다.

명장면④  화제의 침대 트릭 (시즌2 1부 ‘벨그레이비어 스캔들’)  
시즌3 방영을 앞두고 이뤄진 공식 인터뷰 자리에서 마크 개티스와 스티븐 모팻 작가가 받은 가장 인상적인 질문은 ‘벨그레이비어 스캔들’의 ‘침대 트릭’과 같은 재미난 편집이 있냐는 것이었다. 셜록은 한 왕족과 관련한 민망한 사진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가 아일린 애들러에게 한 방 제대로 뒤통수를 맞게 된다. 불의에 습격한 아일린에게 마취제를 맞고 쓰러져 비밀정보가 가득 든 휴대폰을 뺏기게 되는 것. 이때 셜록은 환영에 시달리게 되는데 그 순간 뒤에서 침대가 올라와 잠을 자는 모습으로 바뀌고 곧이어 마취에서 깨어나게 된다. 이 장면이 재밌는 건 별안간 나타난 침대가 CG가 아니라 컴버배치 뒤에 실제로 설치해두고 적절한 타이밍에 합을 맞춘 것이기 때문이다. <셜록> 팬들은 이를 침대 트릭이라고 부른다.  

명장면⑤  “내게 담배를 달라고” (시즌 2 2부 ‘바스커빌의 개’)  
사건이 없어 금단 증상에 시달리던 홈즈는 존에게 사건 아니면 독성 강한 담배를 달라고 소동을 부린다. 신경이 곤두선 나머지 방안에 있는 허드슨 부인에게 그녀가 맘에 두고 있는 남자의 비밀을 들춰내어 맘까지 상하게 한다. 탐정으로서는 완벽하지만 자신이 불안한 상태면 타인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안하무인격의 인물이란 사실을 이 장면이 보여준다. 그럼에도 미워할 수 없는 건 바로 그 다음 장면 때문이다. 홈즈는 바스커빌에서 거대한 사냥개를 봤다며 의뢰를 해온 남자에게 어서 빨리 담배를 피라며 채근한다. 그리고는 그 남자에게 바짝 다가서 담배 연기를 빨아들이는 홈즈. 그 뒤에 밝혀지는 사건에 대한 복선이면서 홈즈의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명장면이라 하겠다.

명장면⑥  홈즈과 짐 모리아티의 신경전 (시즌 2 3부 ‘라이헨바흐’)  
“내가 추락 하나를 빚지고 있거든. 그 빚을 반드시 갚아야 해” ‘범죄의 왕’ 짐 모리아티가 홈즈에게 집착하는 것은 범죄에 있어서는 자신을 막을 자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런던탑, 영국 은행, 교도소 등의 보안 시설을 무너뜨린 후 짐은 221B를 찾아가 홈즈와 대면한다. “바흐가 죽어가던 당시의 이야기를 알아? 아들이 그의 작품 들 중 하나를 연주하고 있었는데 연주를 채 끝내지 않고 멈춘 거야.”(짐) “그래서 침대에서 뛰쳐나와 피아노로 달려가서 곡을 마저 연주했지.”(홈즈) 바흐의 일화를 들어 ‘아직 우리의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는 속내를 드러내는 짐, 이에 ‘이미 끝난 게임 아닌가’라고 응수하는 홈즈. 고수들은 처음부터 정면승부하지 않는다. 신경전만으로도 불꽃 튀는 라이벌 구도를 만들어내는 장면이다.

명장면⑦  부활한 셜록을 보고 놀라는 존 (시즌3 1부 ‘빈 영구차’)
성 바솔로뮤 병원 옥상에서 떨어져 죽은 줄만 알았던 셜록이 2년 만에 살아 돌아왔다. 모리아티의 잔당들을 모두 소탕하기 위해 셜록이 마이크로프트와 짜고 속여 왔던 것. 그동안 숨어서 지켜봐왔던 셜록은 드디어 존의 앞에 나서게 된다. 근데 그 시점이 참 묘하다. 존이 사랑하는 여인 사라에게 프러포즈를 하려는 순간, 레스토랑 종업원으로 변장한 셜록이 이를 방해하는 것이다. 이는 존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제대하고 처음으로 사귄 여자와 첫 데이트를 하던 시즌1 2부 ‘눈 먼 은행원’의 에피소드를 연상시킨다. 중국 서커스를 관람하러 간 존의 커플에 셜록이 끼어들어 결국 둘의 사이를 힘들게 하지 않았던가. 여자에는 관심이 없다던 셜록의 존에 대한 노골적인 사랑(?)이 ‘빈 영구차’에서 다시 한 번 증명된다.    

명장면⑧ “존은 내 영혼의 유일한 구원입니다” (시즌3 2부 ‘세 사람’)
이제 존은 메리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셜록은 축사를 맡았다. 그리고 대망의 축사 시간. 셜록은 좀체 입을 떼지 못하고 존과 사라를 비롯해 그 자리에 모인 하객들은 점점 불안해져 간다. 급기야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결혼 같은 걸 왜 하는지 모르겠다며 남의 잔치에 초를 치는듯하다가 모두를 감동시키는 축사를 하기에 이른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날 재수 없다고 해도 ‘절친’ 존만큼은 나를 진심으로 대해주었다. 존은 내 영혼의 유일한 구원이다, 라는 요지의 말로 눈물을 흘리게 하는 것. 그렇게 셜록은 존과 메리의 결혼을 축하해주지만 존을 잃은 것만 같아 한편으로 마음이 휑하다. 밝은 벽지로 도배한 결혼식장의 열기와 감정이 복잡한 셜록의 가라앉은 표정이 인상적으로 대비된다.  

장면⑨  “셜록, 정말 여자 친구가 있는 거야?” (시즌3 3부 ‘마지막 서약’)  
‘마지막 서약’에는 충격(shocking)적인 설정이 곳곳에 매설되어 있다. 오프닝에서부터 아편굴에서 마약을 하고 있는 셜록이 발견된다. 이건 약과다. 짐 모리아티 이후 최고의 악당인 찰스 어거스턴스 마누센이 정체를 드러내는 것은 물론 그 과정에서 셜록은 총에 맞고 사망 직전으로까지 몰린다. 이보다 더욱 충격적인 건 셜록에게 무려 여자 친구가 생겼다는 것이다. 왓슨 커플의 결혼식 때 사라의 친구로 왔던 제닌이 그 장본인으로, 셜록에게 ‘셜’이라고 부를 정도다. 존이 떠난 베이커가 221b 하숙집에 들락날락거리는 건 물론 뜨거운 키스까지! 셜록은 떠나간 존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제닌과 사귀는 걸까? 그 진위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마지막 서약’의 백미다.    

맥스무비 매거진
2014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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