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 시네마 파티>는 라야 마틴의 ‘줄탁동시 啐啄同時’ 프로젝트다. 이 작품을 통해 영화 속에 갇혀 살았던 인생을 ‘알속의 병아리가 껍질을 깨고 나오듯’ 끄집어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일이 바탕이 되어 <그레이트 시네마 파티>를 찍게 됐다고 들었다.
그전까지는 영화를 만들고 영화제에 참석하며 극장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등 영화인의 삶을 사느라 진짜 인생을 즐기지 못했다. 근데 얼마 전 가장 친한 친구가 살해를 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너무 힘들어 감정적으로 감당이 되지 않았다. 그때 영화 외의, 스크린 바깥의,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거대한 삶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과거부터 이어져온 걱정과 미래에 대한 조급함을 버리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면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철학을 새롭게 갖게 됐다.
영화 시작과 함께 전쟁과 관련한 일련의 기록화면이 이어진다. 이때 화염이 터지는 장면이 강조되는데 이 이미지는 후에 파티에서의 불꽃놀이 장면과 대구를 이룬다. 영화를 만든다는 행위가 전쟁과 같다는 개인적인 심정을 은유한 것이라 볼 수 있을까?
영화를 어떻게 대하게 됐는지 압축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15분짜리 단편으로 감독 생활을 시작할 땐 정말 전쟁을 치르듯이 영화를 만들었다. 그렇다고 영화의 운명을 아는 것은 아니다. 그런 생각을 갖게 되면서 이후 훨씬 열린 생각으로 영화라는 행위를 대하게 됐다. 그래서 영화 속 파티는 영화를 만드는 과정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친구를 초청해 파티를 열고 이를 즉석에서 카메라에 담은 것인가?
내게 가장 필요한 건 영화 바깥에서 해방감을 맛보는 것이었다. 영화에만 집중해 만들고 소비하는 치열한 행위를 주변 친구들과 함께 즉흥에서 즐기는 파티처럼 변모시키고 싶었다. 파티를 하면서 술에 취하게 되면 자기 자신에게만 온 정신이 집중된다. 본연의 모습이 나오게 되는 거다. 그럴 때 같이 있어주는 사람이 나를 알아준다. 그래서 파티에 참여한 이들끼리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즉흥적으로 반응하며 서로를 더욱 친근하게 알아가게 된다. 불이 꺼지고 완전한 암흑 속에서 춤을 추게 되는 상황도 이런 즉흥성을 반영한 설정이었다.
안 그래도 마지막 장면의 십분 여 동안 무지화면 속에 음악만이 흘러나온다.
밴드의 음악도 원래 있던 게 아니라 그 자리에서 즉흥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음악이 가장 뛰어난 예술매체라고 생각한다. 사전에 짜인 이야기나 구조가 없으면서도 완벽한 형태를 갖기 때문이다. 결말부에 음악만으로 장면을 이어간 것도 음악이 주는 완벽한 해방감을 파티라는 행위를 통해 표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 있던 친구들의 반응은 어땠나?
파티가 끝나고 나서 친구들이 내게 와 눈물을 흘렸다. 왜인지는 자세히 모르겠지만 그들만의 자유를 만끽한 것 같다. 도시에서 복잡한 삶을 살던 이들이 파티로 맛본 해방감 말이다. 친한 친구들과 함께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지금 이 순간을 간직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깨달았기 때문에 눈물을 흘린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파티를 즐기면서 개인적으로 겪은 사건 때문에 힘들었던 마음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그레이트 시네마 파티>는 지금까지 했던 작업 중에 가장 손쉽게 진행됐고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가장 의미가 깊은 영화로 다가온다.
사진 권선근
13회 전주국제영화제 공식 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