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마담 D 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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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 앤더슨의 모든 영화가 그렇듯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는 개성 강한 캐릭터가 대거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를 꼽자면 단연 마담 D다. 살인 혐의로 쫓기는 주인공 구스타브가 누명을 풀어가는 과정이 이야기의 핵심에 자리 한 이 영화에서 살인의 대상이 되는 마담 D는 그래서 중요한 인물이다. 다만 극 초반에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중요한 고객으로 등장하지만 곧 죽는 까닭에 그렇게 비중이 큰 건 아니다.

마담 D를 연기한 인물은 다름 아닌 틸다 스윈튼. 원래 마담 D의 오리지널 캐스팅은 <제시카의 추리극장>으로 우리에게도 낯익은 안젤라 랜스버리였다. 그녀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의 연극 무대 스케줄로 하차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웨스 앤더슨은 이에서 착안해 마담 캐릭터에게 D라는 이름을 붙여 마담 D로 확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출연 시간도 많지 않고 장시간의 특수 분장이 필요한 84세의 노부인 역할에 틸다 스윈튼을 캐스팅한 이유는 무엇일까.

2013년 3월 23일, 뉴욕현대미술관 MoMA를 찾은 관람객들은 흥미로운 광경을 목격했다. 틸다 스윈튼이 예고도 없이 사방이 훤히 비추는 유리상자안에서 잠을 자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사실 틸다 스윈튼은 1995년 영국 런던의 서페타인 갤러리에서 8시간씩 유리상자 안에서 잠을 자는 퍼포먼스를 처음 선보인 이래 이렇게 기습적으로 종종 사람들을 놀래키곤 한다. 아무래도 유리상자 안에 누워있는 대상이 그 누구도 아닌 틸다 스윈튼인 까닭에 관람객들은 연기의 연장선상 개념으로 이 퍼포먼스를 이해하고는 한다.
     
마담 D의 캐릭터 역시 그런 경우다. 마담 D는 독특한 헤어스타일이나 구스타브 클림트의 그림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의상보다 관에 누워있을 때가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마담 D로 분한 틸다 스윈튼의 퍼포먼스 전력을 알고 있기 때문에 관객들은 죽어 있는 시체에서도 살아있는 것 같은 생생한 느낌을 받는 것이다. 웨스 앤더슨이 굳이(?) 틸다 스윈튼을 캐스팅해가며 의도한 바가 여기에 있다. 죽어서도 살아 남아있는 자들에게도 강력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 웨스 앤더슨의 안목도 뛰어나지만 가만히 누워있는 시체에서도 연기를 이끌어내는 틸다 스윈튼의 내공은 가히 대단하다고 밖에는 표현할 도리가 없다.  

맥스무비
(2014.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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