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의 땅> 시네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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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에 뒤 시네마>의 뱅상 말로자 기자는 뤽 물레 감독의 <광기의 땅>에 대해 “<살인의 추억>을 프랑스식으로 만든 영화”라고 소개했다. 그의 말처럼 <광기의 땅>은 프랑스 북부 지역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두고 광기의 사회학을 탐구하는 영화다. 실제로 감독은 광기를 부렸던 아버지로 인해 불우했던 가정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영화는 별안간 튀어나오는 유머로 독특한 색채를 띤다. 뤽 물레 감독은 “광기라면 일본인들에게 익숙한 주제인데 한국인들이 어떻게 볼 것인지 궁금하다”며 아시아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광기의 땅>에 대한 관객의 반응을 궁금해 했다. 5월 4일 뱅상 말로자의 사회로 진행됐던 뤽 물레 감독과의 시네토크를 공개한다.  

한국인들을 프랑스의 시골에 대해 천혜의 휴양지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데 <광기의 땅>은 그런 지역에서 벌어지는 살인을 다룬다는 점에서 충격적이었다.
이 지역을 선택한 건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는 곳일 뿐만 아니라 실제로 광기를 가졌던 아버지도 여기서 살았기 때문이다. 이 곳 외에 영화를 찍을 장소는 없었다. 개인적으로 <광기의 땅>의 작업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영화에서 전혀 다뤄지지 않았던 프랑스 북부 지역을 배경으로 광기를 묘사했다는 점이다. 다만 결말은 무언가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간직한 채 끝을 맺는데 모름지기 좋은 영화라면 어떤 방식으로든 관객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비밀을 제공해야 한다.   

영화의 배경인 프랑스 북부 지역은 펜타곤(오각형)의 형태를 띤다. 처음부터 생각했던 것인지, 아니면 그 지역에서 벌어졌던 살인의 사례를 모으다가 촬영 중간에 아이디어를 얻은 건지 궁금하다.
촬영을 시작하기 전 사건이 일어났던 장소들을 지도에 표시하다보니 펜타곤의 형태가 나왔다. 일반적으로 펜타곤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워싱턴의 펜타곤, 즉 미국의 국방부를 연상하기 때문에 재밌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광기의 땅>은 다큐멘터리이지만 경찰물과 같은 장르영화의 전통이 엿보인다. 장르의 틀 안에서 다큐멘터리 영화를 작업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장르영화의 전통을 가지고 작품을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더 많은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 같다. 프랑스에서도 전통적인 의미의 다큐멘터리는, 더군다나 상영시간이 2시간에 이른다면 개봉하기가 쉽지 않다. <광기의 땅>은 장르영화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극장에서 상영할 수 있었고 내 영화중에서도 가장 많은 관객이 들었다. 

감독님은 평론가로도 유명했다. 일전에 알랭 기로디의 <용감한 자에게 휴식은 없다>에 대해 극찬했다. 이 작품 역시 시골 마을에서 벌어지는 집단 살인 사건을 다뤘다. 사건의 극단적 성향에도 불구하고 코미디의 형식을 취하는 것이 <광기의 땅>과 흡사하다.
알랭 기로디의 작품에 대해서 평론을 했을 당시에 그는 내 영화를 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영향력이란 측면에서 두 영화를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특히나 알랭 기로디의 작품은 극영화이고 다큐멘터리적인 요소의 중요성도 갖지 않는다. 다만 제한된 공간 안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극중에서 감독님은 “내 아들을 죽이지 않기 위해, 딸을 강간하지 않기 위해 평생을 노력했다”는 얘기를 코믹하게 한다. 그처럼 심각하게 진행되던 이야기가 결말에서는 갑자기 코믹하게 끝을 맺는다. 혹시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광기의 가족사를 염두에 두고 <광기의 땅>을 치유의 영화로 작업한 것은 아닌가?
결말을 그렇게 가지고 간 것은 다큐멘터리에 극영화적인 요소를 담기 위해서였다. 영화의 초반이 정해진 틀 안에 인물을 넣고 쫓아가는 방식이라면, 결말은 인물이 아니라 사회로 넓혀서 전체적인 조망이 가능하도록 신경을 썼다. 말싸움 중인 남녀를 비추던 카메라가 서서히 뒤로 빠지면서 자연을 비추는 방식의 결말은 타르코프스키의 <솔라리스>나 조도로프스키의 <홀리 마운틴>과 비슷하다.  

한국관객들도 <광기의 땅>을 보았지만 실제 극중 지역의 사람들은 이 영화를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광기의 땅>을 프랑스 북부 지역에서 먼저 상영하지 않는 것이 좀 더 신중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스카페이스>의 경우, 극중 배경이 되는 시카고에서의 상영은 다른 지역에서 먼저 이뤄진 후 5년이 지나서야 가능했다. <광기의 땅>도 그런 경우다. 만약 극중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 지금 풀려난 상태로 이 영화를 본다면 여러 가지 불편한 상황들에 놓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과거 저질렀던 범죄에 대해서 망각할 수 있는 권리도 존중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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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th JIFF daily
(2010.5.4)

3 thoughts on “<광기의 땅> 시네토크”

  1. 마지막 멘트는 인상적이네요. (->프랑스인들이란… ^^)

    그런데.
    “내 아들을 죽이지 않기 위해, 딸을 강간하지 않기 위해 평생을 노력했다”
    이 말은 말 자체가 코메디인데, 기자님은 이 말이 진지하게 들리시나요?

    전 이 영화나 감독에 대해 생소하지만 저 대사 하나만 봐도 코미디일 것 같은데…

    가끔 글 보면 너무 진지할 때가 있는 것 같아서…

    그게 나쁜 건 아니지만, 살다보면… 진지함이 숨막히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그게 잘 못 되면, 자기 연민과 피해망상으로 폭력적인 꼰대기질을 가지게 되고…

    저의 괜한 기우겠죠?;; 하도 이상한 꼰대를 봐와서. ^^;;
    글 잘 읽었습니다. ^^ (__)

    1. 안녕하세요 ^^ 뤽 물레 감독은 꼰대는 아니구요. 실제로 뤽 물레 아버지가 나치 추종자에다가, 부인을 패고, 딸도 패고, 아들도 패고 엄청나게 폭력적인 사람이었데요. 그래서 감독 자신도 그 피를 이어받은 거 같아서 그게 강박관념으로 아직까지 남아있데요. 아무래도 2차 대전을 경험한 사람이니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그럴 거에요. ‘내 아들을 죽이지 않기 위해, 딸을 강간하지 않기 위해 평생을 노력했다.’ 이 말 나올 때 극장의 많은 사람들이 웃기도 했는데, 그래서 확인 질문까지 하더라고요. 근데 실제로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하네요. ^^ 근데 거대한 농담 같기는 하죠. ^^;

  2. 아…그러니까 그게 저처럼 그냥 웃기는 말은 아니라… 이 말씀이군요? ^^…

    제가 오독했네요…

    전 오지랖 넓게 남웅님 걱정을 하고 그런 말을 한거였어요-
    젊은 분들일 수록 세상을 더 진지하게 보곤 하잖아요…^^;; < 강원도의 힘>에서 그렇게 진지했던 홍상수도, < 생활의 발견>에서 예지원을 향해 미친 *이란 말을 던지는 김상경을 등장시켰던 홍상수도, < 하하하>에서 많이 변했고, 사람들도 그점을 높이 평가하고 좋아하는 것 같구요…
    하하하- ^^

    (물론, 전 골수 홍상수 안티(?)입니다. 지금 그가 < 하하하>에서 보여주는 것도 전부 역겹게 생각할만큼. ^-^)

    어쨌든…전 혹시 웃기는 것을 너무 진지하게 해석하신건가 했는데, 감독의 일생이 그렇다면 웃을 일이 아닌것 같군요… 하하하- ^^

    하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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