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The Face Rea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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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모를 꾀하려는 수양대군의 얼굴을 보고 위태로운 조선의 운명을 바꾸려는 천재 관상가의 사연을 다룬 <관상>은, 의외의 비유일지 모르지만 조선 버전의 <마이너리티 리포트>라 할 만하다. 얼굴을 보고 운명을 점친다는 점에서 다르지만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사건을 예측해 미래를 바꾸려한다는 설정에서 그렇다. 물론 동양과 서양에서 각각 만들어진 작품이어선지 <관상>이 운명론으로,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자유의지 쪽으로 기우는 세계관도 흥미로운 차이를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관상>은 출연하는 배우들의 면면만큼이나 거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인 셈이다.

그것이 행여 관객들의 이해를 어렵게 하지는 않을까, <관상>은 초반에 웃음 코드를 집중 배치하고 군더더기 없는 편집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전략을 펼친다. 이는 드라마에 익숙한 요즘 대중들의 성향을 배려한 것처럼 보이는데 그 때문에 대중성과 작품성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추석 시즌에 걸맞은 사극이라는 장르에, 각자 맡은 바 역할을 무리 없이 소화하는 배우들의 호연이 눈길을 사로잡는 데는 성공하지만 <관상> 자체의 미학이라고 할 만한 연출이 없어 그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관상 행위를 통해 반복되는 역사의 속성까지 해석할 수 있게끔 꾸민 이야기는 굳이 작금의 정치적 상황을 반영하지 않더라도 음미해볼 구석이 많다. 다만 그와 같은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이야기가 나열되는 수준에만 그쳐서는 곤란하다. 140분에 달하는 상영 시간 내내 관객을 몰입시키기에 영화의 끌고 가는 힘이 딸려 보이는 게 사실이다. 이야기의 특수성이 감독의 개성을 덮으면서 <관상>은 기대와 달리 밋밋해지고 말았다.

맥스무비
(201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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