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


거의 매년, 있는 재난, 없는 재난 다 끌어들이며 스스로 재난이 되는 것마저도 두려워 하지 않던 헐리웃이 올해도 겁대가리없이 재난영화 한편을 들고 나왔으니.. <고질라>로 관객과 평단 양쪽으로부터 엄청난 재난을 맛본 롤랜드 에머리히의 <투모로우>.

이런 류의 영화는 포스터만 봐도 척하면 삼천리.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급작스런 기온 급강하로 허벌 살 떨리는 빙하기 사태를 맞게된 인간들이 생전 겪은 적 없던 지구 대재앙에 맞서 우왕좌왕 옥신각신하다가 간신히 목숨 부지한 후 결국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는다는 이야기.

그래서 당 영화의 주인공은 하나뿐인 인간의 별 초록빛 지구를 순식간에 빙의(氷依)하는 비, 바람, 폭풍, 눈 이하 각종 버라이어티한 기후들. 땜시롱 씨쥐로 재현해 낸 이들의 인정사정 볼 것 없는 활약상이 당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자 볼거리인데 재난 비스무리한 거만 일어나면 수난 당하기에 바뻤던 자유의 여신상이 이번엔 꽁꽁 얼어붙고, 뉴욕 시민들은 살아 움직이는 생물체마냥 집요하게 따라댕기면서 괴롭히는 추위를 피하느라 존나 정신없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인디펜던스 데이>, <패트리어트> 등에서 재수없게스리 미국 만쉐이를 노골적으로 부르짖었던 에머리히 감독이 어머나 세상에! 당 영화에서는 180도 안면을 싹 바꿔 멕시코로 대표되는 제3세계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실로 코페르니쿠스적인 발상의 대전환을 방풀케하는 설정을 낑궜다는 사실. 어허, 놀랍도다.

환경에 관심을 갖기는커녕 되려 환경을 파괴하는 뻘짓거리에 여념이 없는 부시 정부의 똥꼬를 겨냥하고 있는 대목으로 미제 대박영화만 보면 자연스럽게 미 제국주의가 연상되었던 그간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이 부분 꽤나 의외다. 그 걸 보는 재미 또한 꽤나 쏠쏠하구.

물론 영화의 원제처럼 설정 자체가 내일 모레 혹은 언젠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환경 보기를 돌같이 했던 본 우원과 같은 이들을 비롯 폭넓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사실, 예전 에머리히의 단순 과격 무식했던 일방통행적 전작들과는 달리 한층 발전했다는 의미이니 만큼 이 역시 칭찬 안 할 수 없다.

하지만 문제는 이야기. 당 영화에서의 자연, 현실에서도 그렇지만 어찌 손 써볼 수 없을 만큼 느무느무 천하무적이다. 다시 말해 인간이 맞짱 떠서 물리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 그렇다고 영화 내내 당하는 모습만 보여주면 재미없다. 그래서 각본까지 손수 쓴 감독은 인간측 주연인 아버지 잭(데니스 퀘이드 분)과 아들 샘(제이크 길렌할 분)을 등장시켜 가족애를 부각시키고 막판에 감동 한 판 멋들어지게 때릴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데…

그러나, 평소 사이가 소원했던 아버지와 아들이 특정 사건을 통해 극적으로 부자의 정을 회복한다는 설정, 아~ 씨바! 이런 거 이제는 눈에 인 박힐 정도로 잼없는 얘기 아니냐. 너무 뻔하다. 해서 당 영화는 골 때리게도 인간들이 등장하는 장면에만 이르면 특히 잭과 샘의 얘기만 나오면 십자포화 맞은 듯 긴장감이고 모고 갑자기 재미가 싸악~ 없어진다. 실로 안타까운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차라리 샘의 여자친구로 나오는 로라(에미 로섬 분)와 샘의 러부씬을 더 부각했으면 얼마나 좋아. 예쁘고, 청순하고, 구엽고, 섹시한 로라 얼굴 뜯어먹는 재미라도 더 있지 말이야.. 꼴까닥.

우쨌든 결론 때려보자. 당해 영화 <투모로우>, 씨쥐의 본산답게 볼거리 아주 훌륭하다. 게다가 소재도 좋고 주제도 쌈빡하고 말이다. 근데 이를 풀어 가는 이야기는 형편없음이다. 영 멕아리가 없는 게 별로 재미가 없다.

이렇게 장점과 단점이 삐까삐까하게 용호상박하고 있는 전차로 본 특위는 <투모로우>를 뮝기적에 봉한다. 끝.  


<딴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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