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공주>(My Mother The Mermaid)


잔잔 멜로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를 만든 박흥식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인 당 영화 <인어공주>는 판타지다. 어떤 판타지일까.

때밀이 엄마(고두심 분)의 억척스러움도, 그런 엄마의 기에 눌려 힘 한 번 못 쓰는 순딩이 아빠(김봉근 분)도 불만인 나연(전도연 분).

어느 날 우리의 쥔공, 쉬고싶다며 가출한 아빠 찾아 삼만리 나섰다가 허걱! 별안간 시간이 과거로 뿅~ 처녀 적 엄마 연순(전도연 분)과 총각 적 아빠 진국(박해일 분)을 해후하게 되니, 오옷! 과연 어떤 흥미진진한 일이 벌어질까나.  

기대와 달리 별 사건 벌어지지 않는다. <백 투 더 퓨처>의 마티처럼 남의 연애사(史)에 낑궈들어 난장판을 벌이는 것도 아니고, <오스틴 파워>의 닥터 이블마냥 시공을 초월해가며 뻘짓거리에 여념이 없는 것도 아님이다. 당 영화는 그냥 멀찍이 떨어진 나연의 시점으로 풋풋 쌉싸름한 연순과 진국의 연애를 물에 술탄 듯 술에 물탄 듯 잔잔시럽게 보여줄 뿐이다.

근데 이게 왜 판타지냐고. 당 영화에 따르면 척박한 현실에 찌든 울 엄니, 아부지에게도 스무살 청춘이 있었으니 이것이 바로 판타지라는 거다. 하긴 꼭 타임머쉰 등장하고 우주선 슝슝~ 날아댕겨야 판타진가.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청춘을 그리는 것 역시 판타지지.

그렇다고 당 영화가 현실을 부정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당 영화는 생기 넘치는 꽃띠 시절도, 현실에 치여 각박해진 세상살이도 모두 삶의 일부분이라고 말한다. 허구헌 날 남편 구박하고, 계란 하나 땜에 손님과 머리 끄댕이 잡고 싸우는 등 인정머리라고는 코딱지만큼도 없던 엄니가 옛 기억에 웃음 지으며 삶을 긍정하는 건 이런 맥락일테다. 그래서 인생이란 과거와 현재, 두 바쿠로 가는 자전거라고 당 영화의 포스터는 말하고 있지 않은가.

물론 이런 속 깊은 의미도 이야기가 잼나야 관객에게 삘이 오는 법. 그럼 재밌느냐. 허파가 터질 정도는 아니지만 당 영화 잼나다. 그리고 이 재미는 연순과 진국의 소꿉놀이스런 연애과정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막 글을 깨우친 연순이 담벼락에 쓰여진 낙서를 보고 떠듬떠듬 “조.영.호, 왕좌~지” 이러는데도 막 웃음이 나올 정도다.

이처럼 초등교 얼라 아니면 전혀 안 우낄 것 같은 유치원적 개그가 먹히는 이유는 관객에게 감정이입이 잘 되고 있다는 뜻인데 그만큼 캐릭터 구축이 탄탄하고, 또 그만큼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이 잘 하고 있다는 얘기. 그 중에서도 본 특위의 작지만 날카로운 눈에 걸려든 배우가 있으니 연순의 동생으로 나오는 까까머리 얼라 영호(강동우 분). 얘 앞에서는 전도연의 1인 2역도, 두심 아주매의 웃통 훌렁훌렁 까는 연기도 무릎 끓어야 한다. 연기 초짜라는데 먼 놈의 얼라가 이렇게 능청시러운지, 쉐이 참 똘똘해.

하지만 당 영화의 약점은 나연이 시간여행을 한다는 컨셉에도 불구하고 그 상황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등 판타지적 요소가 다분한 사건 위주가 아니라 감정의 흐름에 상당부분 호소하는 생활밀착형 이야기에 가까워 설탕 덜 넣은 듯한 미숫가루처럼 그 밍숭맹숭함에 지루해질 소지가 다분하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에서도 그랬던 건데 당 영화 역시 몬가 결정적 ‘한 방’이 아쉽다.

그러나 <인어공주>는 고만고만한 한국영화들 틈바구니 속에서, 대박영화들 사이에서 소리없이 강하게 마빡을 디밀고 있는 영화라 아니할 수 없음이다. 아쉽지 않게 입장료 7,000원을 만족시켜주고 있다는 말씀.

그런 까닭에 본 특위는 당 영화를 베스트 주니어에 봉한다.


<딴지일보>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