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헬프 더 걸>(God Help the 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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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헬프 더 걸>은 꽤 재미난 제작 배경이 있다. 동명의 제목으로 OST 앨범이 2009년에 발매된 후 영화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는 영화를 만든 감독이 아일랜드 출신의 모던 포크 밴드 ‘벨 앤 세바스찬’의 프런트맨인 스튜어트 머독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앨범에는 여성 보컬 캐서린 아일튼(Catherine Ireton)이 참여했는데 스튜어트 머독은 그녀를 모델로 영화의 주인공 이브를 구상했다.

이브(에밀리 브라우닝)는 병원에 입원 중인 상태다. 거식증을 앓고 있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다. 그런데도 부러 병원을 탈출하는 이유는 음악에 대한 열정 때문이다. 노래 부르기와 피아노 연주, 작곡에 재능이 있는 이브는 클럽 공연을 구경하던 중 기타리스트 제임스(올리 알렉산더)와 인연을 맺는다. 마땅히 지낼 곳이 없어 제임스의 집에 머물던 이브는 뜻밖의 제안을 받는다. 제임스가 늘 혼자서 노래를 부르는 이브에게 밴드를 결성하자고 제의하는 것. 여기에 제임스에게 기타를 배우던 캐시(한나 머레이)가 합류하면서 이들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자신들만의 음악을 만들어 나간다.

최근 국내 개봉해 큰 인기를 얻은 <비긴 어게인>(2013)은 음악영화인 동시에 뮤지컬이다. 이를 연출한 존 카니 감독은 이미 <원스>(2006)에서 사실주의 뮤지컬을 선보인 바 있다. <갓 헬프 더 걸>은 그 계보에 놓일 만한 작품으로 극 중 음악이 등장할 때 전통적인 뮤지컬처럼 인위적으로 판타지를 개입시키지 않는다. 음악의 등장이 자연스럽게 현실에 개입하게끔 연출한다. 예컨대, 제임스의 집에 임시 거처를 마련한 이브는 방에 놓인 기타를 보고는 제임스에게 연주를 부탁한다. 그럼 제임스의 음악에 맞춰 이브가 노래를 부르는 식으로 사실적인 뮤지컬 장면을 선보이는 것이다.

<갓 헬프 더 걸>이 <원스> <비긴 어게인>과 좀 다르다면 극 중 이야기의 흐름이 먼저 발매된 OST의 곡 순서를 그대로 따른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주인공들이 부르는 노래의 가사는 이브가 왜 병원을 탈출했고, 이들이 밴드를 구성해 음악을 하는 기분이 어떠한지 등 처한 상황과 그에 따른 심리를 그대로 반영하며 마치 주크박스 형식으로 진행된다. 수록곡 중 하나인 ‘If You Could Speak’는 ‘네가 노래 부르고 싶다면’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데 이브와 제임스와 캐시가 처음으로 함께 모여 노래를 만드는 장면에서 흘러나온다. 음악이란 남다른 재능을 지닌, 그리고 특별한 영감을 받을 때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그저 좋아하고 그에 대한 열정이 충만하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스튜어트 머독이 속한 벨 앤 세바스찬의 음악 스타일이 그렇다. 잔잔한 포크 선율에, 따라 부르기 쉬운 노랫말과 창법은 누구라도 이 밴드에 호의를 느낄 만큼 매력적이다. <갓 헬프 더 걸>에서 이브가 애청하는 음악 프로그램의 DJ가 닉 드레이크, 지미 헨드릭스 등 요절 가수들을 언급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DJ는 이들이 요절해서 위대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수시로 제기한다. 이에 대해 스튜어트 머독은 이 영화를 통해 그렇지 않다는 의견을 견지한다.

사실 <갓 헬프 더 걸>의 제목도 이 같은 질문의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노래가 한 곡이라도 크게 히트하면 해당 뮤지션은 속된 말로 평생을 먹고 살 수 있는데 명곡의 영감은 신(god)이 내린(help)다는 음악계의 속설에서 영화의 제목을 가져왔다. 그럼 제목의 ‘더 걸’은 이브가 되는가? 안 그래도 연인으로 이어질 것만 같았던 이브와 제임스는 관객의 기대와는 달리 밴드의 미래에 대한 견해 차이로 끝내 맺어지지 않는다. 나만 만족하는 음악을 해도 괜찮다는 제임스와 다르게 이브는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의 노래를 들어줬으면 하는 생각에 글래스고를 떠나 더 큰 무대인 런던으로 향한다.  

이브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영화의 시선은 따뜻하다. 그녀가 앞으로 명곡을 만들어 뮤지션으로서 성공하기를 기원하는 의미와는 좀 다르다. 스튜어트 머독은 오히려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이겨내고 더 큰 세상으로 뛰어드는 이브를 대견하게 바라보는 듯하다. 여기에 바로 음악이 지닌 가장 위대한 힘이 있다. 치유로서,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공감대로서 음악 말이다. 신이 소녀를 도와준 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갓 헬프 더 걸>의 진짜 주인공은 음악이라 할 만하다. 영화를 연출한 이가 뮤지션이기도 한 스튜어트 머독이기 때문에 그와 같은 인상이 더 강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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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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