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증>(A Conf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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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민 감독의 <간증>은 구원을 ‘찾는’ 전직 고문 경찰 이야기를 다룬다. 과거의 죄를 사하고 마음의 평화를 찾기 위한 노인의 하루는 단조롭지만 대신 엄격하다. 한 겨울에도 난방 시설 하나 켜지 않고 추운 골방에 앉아 스스로를 다잡는 모습에는 마음의 짐을 덜고 평안을 얻고자 하는 강한 결기가 느껴진다. 하지만 신은 인간의 다짐만 가지고서는 진심을 믿지 못하는 까닭인지 그를 시험에 들게 하신다. 틈날 때면 신앙의 힘을 믿으라며 도움을 주던 이웃의 노파(김기영 감독이 연출한 <이어도>의 이화시가 연기했다!)가 눈앞에서 죽은 채 발견된 것. 노파가 홀로 힘들게 키우던 손자의 짓임을 알게 되면서 노인은 신앙과 용서, 무엇보다 구원에 대해서 의심을 하게 된다.

<간증>이 흥미로운 점은 구원을 실체 있는 그 무엇으로 설명하기 위해 의도한다는 데 있다. “왜 죄는 인간이 짓고 구원은 신이 하냐”며 울부짖는 노인의 불만 속엔 이 영화가 지향하는 바가 뚜렷이 명기되어 있다. 신에게만 의지하는 관념적인 구원대신 인간끼리의 부딪힘 속에서 용서를 구하고 떳떳하게 삶에 응하라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이다. 이처럼 신을 부정하고 맞부딪친다는 점에서 <간증>은 이창동 감독의 <밀양>을 연상시킨다. 다만 신에 대한 의심에서 문제의식을 공유하지만 결론에 다다르는 태도에 있어서는 두 영화가 완전히 다르다. <밀양>이 희미하게나마 인간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 <간증>은 신도 없고, 인간도 없고, 그럼으로써 구원도 없다고 말한다. 박수민 감독은 극중 노인 같은 엄격함으로 신이 죽은 시대의 풍경을 비극의 칼날 위에 서슬 퍼렇게 담아낸다.    

“신을 통해 이제는 죄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과 예수 그리스도가 적어도 이 땅에는 안 계실 것 같다는 의심에서 출발했다. 주인공이 가진 죄의식이 대단한 영웅의 기품이나 비극적 인간의 신파로 보이길 원하지 않았다. 주인공이 나름의 필연적인 절망에 도달할 때 관객 역시 길을 잃기를 바랐다.” (박수민 감독)

* 2010년 12월 발행 예정인 korean cinema today ‘한국의 신투차세대’ 기사 중 일부를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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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cinema today
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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