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 오브 마인> 가해의 역사를 인정한다는 것

4월 극장가는 전통적으로 비수기다. 최근 몇 년 들어 이 시기에 극장을 찾는 사람은 더 줄었다. 볼만한 영화가 없어서? 아니다. 날이 좋아지면서 어두컴컴한 극장을 기피(?)하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봄기운이 완연해지다보니 벚꽃놀이 같은 나들이를 선호하고 프로야구 시즌이 개막하면서 야구장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렇다면 4월의 비수기를 극복할 극장가의 대안은? 대중성 있는 작품은 잠시 개봉을 미뤄두고 규모가 크지 않거나 빅스타가 출연하지 않지만, 작품성이 있는 영화로 틈새시장을 노린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이 코너의 제목처럼 정말 ‘보물찾기’의 영화를 만날 수 있는데 <랜드 오브 마인>(2016)이 그렇다.

<랜드 오브 마인>은 덴마크 출신의 마틴 잔디블리엣 감독 작품이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아카데미의 외국어 영화상 부문의 후보에 오른 작품들은 출품 국가의 정체성을 살리는 가운데 이를 보편적인 정서에 호소해 좋은 점수를 받은 경우다.

덴마크의 서해안 해변을 배경으로 하는 <랜드 오브 마인>은 2차 세계 대전에서 독일이 패전한 바로 그 시기를 다룬다. 5년 간 독일의 강점(强占) 하에 있다가 해방된 덴마크는 그에 대한 보복 조치를 감행한다. 포로로 잡고 있던 독일의 소년병 2,600명 정도를 독일군이 덴마크의 해변에 매설해 놓았던 약 200만 개의 지뢰 해체 작업에 투입한 것. 이 과정에서 많은 소년병이 목숨을 잃거나 신체에 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전쟁 포로를 극심한 노동이나 위험한 작업에 내모는 것을 금지했던 제네바 협약을 위배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희생자는 10대 아이들이 아니었던가. 평소 2차 세계 대전을 말할 때 독일을 가해의 원흉으로만 인식해왔던 내게 <랜드 오브 마인>은 충격 그 자체였다. 전쟁이란 단순히 가해와 피해의 도식으로 구분할 수 없는, 그 자체로 비극이란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와 같은 사실이 왜 이제야 알려진 걸까. 개봉 당시 <랜드 오브 마인>을 두고 덴마크에서는 적지 않은 논란이 일었다고 한다. 영화보다는 이를 연출한 마틴 잔디블리엣 감독을 향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요지는 이렇다. 덴마크 입장에서 부끄러운 역사를 만천하에 공개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거다.

실제로 덴마크는 1941년부터 1945년까지 독일의 지배를 받으면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당시 영국과 대척에 섰던 독일은 영국군이 덴마크의 서해안을 경로 삼아 독일 본토로 들어올 것을 염려했다. 그래서 상당 수의 지뢰를 덴마크 서해안 지역의 해안에 매설했고 2010년대에 들어서야 이 지뢰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었다. 독일을 향한 덴마크인의 앙금은 지금도 여전하다.

그렇다고 독일 소년병을 향한 덴마크의 가해 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어느 기록에 의하면, 독일군이 덴마크를 점령했던 5년의 세월보다 1945년 5월부터 10월까지 5개월 동안 진행된 지뢰 해체작업에서 더 많은 독일 소년병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런 사실들을 알리지 않고 무언으로 남겨둔 채 자신들의 피해 사실만 강조하는 덴마크에게 책임을 물어 마땅하다.

다만 <랜드 오브 마인>이 덴마크의 문제로만 소년병의 희생을 다뤘다면 보편성을 확보하기 힘들었을 터다. 이에 대해 마틴 잔디블리엣 감독은 가해의 전쟁 역사를 가리는 행위는 지금도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이 영화는 바로 그와 같은 은폐의 시도들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일제강점기와 한국 전쟁의 아픈 역사를 통과한 한국인의 입장에서 <랜드 오브 마인>의 메시지는 남다르게 다가온다. 일제에 의해 강제로 전선에 끌려가 성노예 생활을 했던 위안부의 존재를 부정하고 국가 차원이 아니라 민간 영역에서 이뤄졌다며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는 일본 아베 정권의 태도는 전쟁 가해의 역사를 가리는 대표적인 행위다. 그런 일본 정부에 항의는커녕 질질 끌려다닌 박근혜 정부의 졸속적인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는 다음 정부가 바로 잡아야 한다.

이처럼 아픈 과거를 기억하고 바르게 세워야 하는 건 당연하다. 이에 동의한다면 한국 또한 참전했던 전쟁에서의 가해한 역사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와 같은 후속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베트남 전 당시 한국군에 의해 약 9천 명의 베트남 민간인이 학살된 것으로 전해진다. 베트남에는 한국군의 잔익한 학살을 잊지 않기 위헤 세운 증오비도 알려진 것만 다섯 군데다.

일본이 한국에게 가한 만행도, 한국이 베트남에서 저지른 야만스러운 행동도 모두 가해의 역사다. 우리가 일본에게 일제강점기 당시의 역사에 대해 사죄하고 배상을 요구하는 것처럼 우리 또한, 베트남에게 용서를 구하고 그에 합당한 배상 및 보상 절차를 진행해야만 한다. 일본에게 진심 어린 사죄를 요구하면서 우리가 저지른 가해의 역사를 부러 외면하는 건 결코 올바른 행위가 아니다.

<랜드 오브 마인 Land of Mine>의 제목은 일차적으로 ‘지뢰가 묻힌 땅’을 의미한다. 중의적으로 ‘나의 땅’이라는 뜻을 포함한다. 나의 땅에서 발생한 비극의 책임을 따져묻는 것만큼이나 ‘남의 땅’에서 행한 사건사고의 책임을 지는 것도 중요하다. 역사 청산은 이런 사실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덴마크 영화 <랜드 오브 마인>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진실이다.

 

ARENA
2017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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