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따뜻한 색, 블루>에는 파격적인 정사 장면이 등장한다. 아델(아델 엑스르코풀로스)과 엠마(레아 세이두)의 섹스가 스크린 속에서 10분 넘게 이어지는 것이다. 아름다운 두 여인의 나체를 본다는 것만으로 남자 입장에서는 ‘아이고, 압델라티프 케시시 감독님, 감사합니다’ 황송할 지경이지만 오랫동안 보고 있자니 뭐랄까, 내 눈이 호사를 넘어 과식하는 인상이랄까.
그런 의도였을 거다. 이들의 정사, 특히 아델의 섹스는 게걸스럽다. 그럴 수밖에. 그전까지 아델은 자신이 여자인 까닭에 남자를 사랑하는 것이 정상인줄 알았다. 그래서 학교 선배와 잠자리까지 가졌지만 영 감정이 들지 않았다. 그러다 파란 머리의 예술학도 엠마를 만나 자신의 성(性)정체성을 깨달으니, 그녀와의 첫 번째 섹스는 그동안 헛배만 불렀지 너무나도 고팠던 사랑에 대한 감정을 허겁지겁 배가 터지도록 채워가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
압델라티프 케시시 감독이 탐스럽게 스파게티를 먹는 광경을 보고 아델 엑사르코풀로스를 아델 역에 캐스팅한 일화는 유명하다. 먹는 인상이 뭐 그리 중요할까 싶지만 <가장 따뜻한 색, 블루>가 자신의 욕망을 정확히 알아가고 채워가는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그런 기준을 대입해 배우를 캐스팅한 감독의 안목이 놀랍기만 하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섹스를 하고 싶은 것처럼 식욕과 성욕은 욕망이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별반 다르지 않다. 그처럼 이 영화에는 아델이 탐스럽게 스파게티를 먹는 장면이 수시로 등장하는데 어느 순간에는 얘가 과식하는 것은 아닐까 좀 그만 먹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의 섹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런 과정이 자연스러워 보이는 건 그러면서 사랑을, 섹스를, 결국에는 욕망을 조절하는 법을 알아가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성장’이다.
맥스무비
(201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