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의 아이>(バケモノの子)

gaemur

호소다 마모루 애니메이션의 세계관을 한마디로 축약하면 ‘연결’이다. 현재와 과거가 시간 이동으로 ‘이어져’ 사춘기 여고생의 눈부신 청춘이 완성되고(<시간을 달리는 소녀>(2006)), 현실과 가상이 ‘중첩되어’ 천재 수학소년이 시골 마을에서 위기에 빠진 세계를 구하며(<썸머 워즈>(2009)), 늑대인간과 인간이 사랑으로 ‘하나 되어’ 아이라는 결실을 본다(<늑대아이>(2012)).

3년 만의 신작 <괴물의 아이>도 이의 연장선에 있다. 곰의 모양을 한 괴물과 그를 따르는 인간 소년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전작 <늑대아이>와 묘하게 연결된다. <늑대아이>가 늑대아이를 내세워 모성애의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면 <괴물의 아이>에서는 그 주체와 감정의 정체가 각각 괴물과 부성애로 바뀌었다.

9살 소년 렌(미야자키 아오이 목소리 출연)은 시부야의 밤거리를 배회하는 중이다. 아빠는 집을 나간 지 오래고 엄마는 건강이 악화하여 돌아가셨다. 세상에 대한 반항만으로 가득한 렌은 인간 세계로 나온 쿠마테츠(야쿠쇼 코지)을 보고는 그에 이끌려 괴물의 세계에 발을 디딘다.

갈 곳이 없어 쿠마테츠의 집에 머물게 된 렌은 그와 사사건건 부딪친다. 앞뒤 재지 않고 자기 뜻만 강요하는 쿠마테츠에 렌이 반발하면서 둘 사이는 악화 일로를 걷는다.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는 쿠마테츠가 숙명의 라이벌인 이오젠(야마지 카즈히로)과 맞대결을 벌이면서다. 괴물 세계의 일원 모두가 이오젠을 응원하는 모습에 렌은 쿠마테츠가 꼭 버림받은 자신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과 함께 제작사 ‘스튜디오 치즈’의 주축을 이루는 프로듀서 사이토 유이치로는 <괴물의 아이>의 주제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작품은 그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나 인생 자체가 맞닿아 있는 면이 있다. 자기 아이의 성장을 기대하는 마음, 그 아이가 자라날 미래를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괴물의 아이>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사이토 유이치로는 ‘아이의 성장’이라고 딱 잘라 표현했지만, 아이를 기르고 보호하는 과정에서 부모 또한 성장하기 마련이다. 쿠마테츠와 렌은 이오젠 사건을 계기로 가족의 정을 나누며 화해를 모색한다. 그 과정에서 쿠마테츠는 렌을 제자로 받아들이고 그 자신의 이름과 비슷하게 ‘큐타’라는 이름까지 지어주며 유사 부자 관계를 형성한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쿠마테츠와 렌, 아니 큐타를 수직 관계가 아닌 동반자 사이로 묘사한다. 힘만 센 철부지 괴물 쿠마테츠는 큐타를 돌보며 ‘함께’한다는 것의 의미를 깨닫고 갈 곳 없는 외톨이 소년 큐타는 한살 두살 나이를 먹어가며 왜 쿠마테츠가 독선적인 성격이 되었는지 그 배경을 이해하기에 이른다.

‘같이’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세계관은 그래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을 기어코 연결해 거기서 성장의 보편적인 가치를 끌어낸다. ‘불’ 같이 뜨거운 쿠마테츠와 ‘물’처럼 차가운 큐타의 관계를 축으로, 인간 세계와 괴물 세계가 거울처럼 서로의 세계를 반영하고, 인간과 괴물 모두 내면에 자리 잡은 검은 마음과 흰 마음이 충돌하는 가운데 갈등도 일으키고 결국에는 화해를 도출하는 식이다.

결국, 호소다 마모루 애니메이션은 사랑으로 수렴되는 이야기다. 안 그래도, 17살이 된 큐타(소메타니 쇼타)는 인간 세계에 나갔다가 카에데(히로세 스즈)를 만나 첫사랑을 경험한다. 큐타에게 카에데는 포기했던 학교 공부를 알려주는 스승 같은 존재이고, 카에데에게 큐타는 괴물 세계의 혼돈이 인간 세계로 넘어오면서 보호해주는 역할이다. 이에 카에데는 큐타에게 부적과 같은 ‘빨간 끈’을 선물하며 무슨 일이 발생하건, 어디에 있건 떨어져 있어도 감정적으로는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확실히 한다.

가족애와 같은 전통적인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작품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 늑대와 괴물로 우회해 관계의 현대성을 반영한 독특한 설정에 있다. 이에 대해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현대 사회가 변모함에 따라, 가족관의 변화도 필연적이다. 우리는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모색해야만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아이들에게는 괴물과 함께하는 수행과 싸움이 가슴 설레는 동화가 되기를 바라고, 어른들은 소년과 괴물의 정을 통해 벅찬 감동을 맛볼 수 있기를 바란다.”

<괴물의 아이>에는 “때론 환상은 진실보다 진실하다”는 대사가 나온다. 아이들은 <괴물의 아이>와 같은 애니메이션을 보며 세상을 경험하고 그 속의 사연들을 배우면서 커간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아이들을 이해하고 어른이 되면서 잃어버린 순수의 가치를 떠올리며 지난한 삶을 이겨낼 용기를 얻는다. 그것이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매 작품 서로 다른 세계를 연결하며 사랑과 평화와 같은 가치를 도출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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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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